“現 노동운동 방식 사회적 지지 못얻어”

  • 입력 2008년 9월 12일 02시 57분


■ 본보, 대기업 노조위원장 103명 설문조사

“임단협 교섭 때 ‘고려대상 1호’는 고용안정” 51%

바꿔야 할 관행은 “정치 - 사회 관련 교섭” 손꼽아

“노조의 인사 - 경영권 침해 개선 필요하다” 52%

국내 대기업 노동조합 위원장 10명 중 4명은 현재의 노동운동이 사회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현재의 노동운동 방식이 회사나 사회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었다. 이들은 회사가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부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는 동아일보 사회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솔루션에 의뢰해 지난달 25일부터 3일까지 국내 500대 기업(매출액 기준) 중 노조가 있는 264개 기업의 노조위원장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이 가운데 103명이 설문에 응했고 161명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 “정치적 목적 파업 문제 소지 있어”

노조위원장들은 ‘현재 노동운동이 사회적 지지를 얼마나 얻고 있느냐’는 질문에 44명(42.7%)이 ‘별로 얻지 못한다’고 답했다. ‘전혀 얻지 못한다’는 3명(2.9%). 42명(40.8%)은 ‘보통’이라고 답했고 ‘약간’이나 ‘매우 얻고 있다’는 14명(13.6%)에 그쳤다.

‘전혀 또는 별로’라고 답한 47명은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로 ‘노동운동 방식’(40.4%)을 꼽아 정부 정책(21.3%)과 언론 보도(21.3%), 사용자의 태도(10.6%)보다 많았다. 금호석유화학 고경태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활동하면서 고유가 고환율 등 회사나 사회현실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대기업이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협력업체가 위축될 수 있고, 정치적 목적의 파업은 그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장들은 개선해야 할 노사관행(2가지 선택)으로는 ‘정치·사회 문제와 관련된 노사 교섭’(20.4%)을 가장 많이 들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 등 정치 사회적 이슈를 지나치게 노사 협상의 카드로 활용한다는 것.

이어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17.0%) △파업기간 중 임금 손실의 편법적 보전(14.1%) △산별교섭에 따른 이중 교섭·파업(12.1%) 등의 순이었다.

노조 대표들은 고용안정에 가장 민감했다. 임단협 교섭에서 ‘고려대상 1호’로 51.5%가 고용안정을 선택했다. 임금인상과 복지 증진 및 근로조건 개선은 23.3%,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는 1.9%에 불과했다.

노사화합의 효과도 고용안정(53.4%)이 우선이었다. 이어 기업 경쟁력 강화(31.1%), 복리후생 증진(7.8%), 임금상승(5.8%) 등을 기대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노사관계연구실장은 “노동조합에는 노동자의 뜻을 대변하고 외부 환경 변화에 맞게 활동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암묵적으로 존재한다”며 “그러나 조직화된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쳐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파업기간 임금손실 보전 개선해야”

노조위원장들은 노동계 현안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으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42.7%)와 비정규직 문제(42.7%)를 꼽았다.

대표들은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노조의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부가 2010년부터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제도 개선을 12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에 관해 묻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별로 개선할 필요가 없다’(51.5%)와 ‘전혀 개선할 필요가 없다’(20.4%)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장기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와 ‘즉각 개선이 필요하다’는 각각 15.5%와 2.9%에 불과했다.

김승남 LG석유화학 노조위원장은 “대기업 노조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노조 예산이 1억 8000만 원 정도라서 전임자 임금을 주고 나면 노조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하나도 없다”며 “노조가 자생력을 갖추고 회사와 상생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인사·경영권 침해에 대해서는 45.6%가 ‘장기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6.8%는 ‘즉각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별로 개선할 필요가 없다’(17.5%), ‘전혀 개선할 필요가 없다’(1.0%) 등의 주장도 있었다.

파업기간 중 임금 손실의 편법적 보전에 대해서는 33.0%가 ‘장기적으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즉각 개선이 필요하다’도 11.7%였다. 그러나 ‘별로 개선할 필요가 없다’(29.1%)거나 ‘전혀 개선할 필요가 없다’(7.8%)는 반대 의견도 비슷했다.

○ “노사 관계는 상생-화합-신뢰”

노조위원장들은 ‘노사 관계’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로 30.1%가 ‘상생’을 꼽았다. 화합(25.2%)과 신뢰(9.7%)를 꼽는 위원장도 많았다. 대립(3.9%), 불신(2.9%), 투쟁(2.9%)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의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대립’과 ‘협력’이 비슷하게 나왔다. 33.0%가 ‘매우·약간 대립적이다’고 답했고 29.1%는 ‘약간·매우 협력적’이라고 표시했다. 보통은 37.9%였다. 이상과 현실이 다른 셈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