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지급 거부… 법원도 “시한 넘겼다” 기각
유시민 당시 장관 “양쪽 주머니끼리 다투나” 무마
기금 부실화 논란에 휩싸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국민주택채권에 투자했다가 착오로 이자 482억 원을 덜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채권을 발행한 재정경제부와 협의해 미지급 이자를 돌려받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청구 소송 1심 패소 이후 추가 대응을 하지 말도록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11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유재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재정경제부가 발행한 국고채에 45조6371억 원을 투자했다가 1999∼2000년 12개월분 이자 482억 원을 덜 받은 것을 3년여 뒤에야 파악한 뒤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1심에서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은 이 자료에서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예탁이자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 만기 제1종 국민주택채권 금리와 국고채권 유통수익률 중 높은 금리를 적용해 이자를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채권 금리가 높은 기간에도 유통수익률을 적용해 이자를 지급받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3년여가 지난 2004년에야 미지급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재경부에 미지급 이자를 청구했지만 재경부는 “이자 청구권의 소멸시효인 3년이 지났다”며 거부했고 법원도 같은 이유로 소송을 기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운용위는 2006년 5월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당연직 위원장이던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착오에 의한 것으로, 소송을 계속해서 승산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 문제의 논의는 이 정도로 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공단은 밝혔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유 전 장관은 “한쪽은 국민이 세금으로 낸 돈이고 다른 한쪽은 보험료로 낸 돈이어서 어떻게 보면 왼쪽 호주머니하고 오른쪽 호주머니가 서로 다투는 것 비슷하게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 유 전 장관은 2006년 2월 장관에 임명됐다.
이에 대해 유재중 의원은 “연금은 가입자가 명확한 수혜 대상자지만 세금은 이와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같은 주머니로 비유해 문제를 덮은 것은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며 “특히 재경부 차관이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도 협의를 거쳐 이자를 돌려받지 않고 추가 대응을 하지 않도록 한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또 “비록 재경부가 법령에 규정된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고의에 의한 위법행위는 아니지만 국민연금이 부실화 논란을 빚고 있고 원래 지급했어야 하는 돈인 만큼 지금이라도 미지급 이자를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