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문대 준비하던 민사고-특목고생들 서울대로 ‘U턴’

  • 입력 2008년 9월 12일 02시 57분


민사고 국제반 6명 지원… 명문 외고생도 늘어

“수능-내신 반영비율 낮고 새 커리큘럼에 호감”

미국 명문대를 준비하던 민족사관고와 특목고 학생 중 상당수가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로 진로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대 측이 융합학부를 추구하며 올해 처음 만든 자유전공학부의 국제경쟁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자유전공학부는 2학년까지 다양한 교양과목을 듣고 3학년 때 자신이 원하는 전공(의학 수의학 사범계열 간호학 제외)을 선택할 수 있는 학부.

9일 민족사관고에 따르면 주로 미국 명문대인 아이비리그 진학을 준비하는 국제반 3학년생(70명) 가운데 서울대 지원자가 지난해 0명(2006년에는 1명)에서 올해 6명으로 급증했다. 이들은 모두 9일 마감된 서울대 수시 2학기 모집에서 자유전공학부를 지원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지원 열기는 특목고에서도 마찬가지. 명문 외고인 서울의 D외고 유학반도 지난해 서울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지만, 올해는 10명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도 대부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지원했다.

손은주 민족사관고 국제진학실장은 “외국 명문대를 준비하던 학생들이 일부 아이비리그 대학처럼 융합학부를 지향하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커리큘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서울대 다른 학과보다 수능과 내신 비중이 낮아 부담이 적은 것도 이들을 끌어들인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3학년생뿐만 아니라 민족사관고나 특목고 1학년생들도 자유전공학부로 속속 진로를 바꾸고 있다.

미국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올해 민족사관고에 입학한 김모(16) 양은 얼마 전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를 찾아와 상담을 받은 끝에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입학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CNN을 듣고 뉴욕타임스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어학실력을 갖췄지만 민족사관고에서의 내신은 1학년 160명 가운데 상위 15% 수준. 이 추세대로라면 정시모집으로 서울대 인기학부에 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내신비율이 낮은 데다 과외활동, 대학과목 선(先)수강 등을 어느 정도 감안해주기 때문에 이 양은 서울대 자유전공학부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 양은 “미국에서 아이비리그를 졸업해 현지에서 취업하기보다 국내에서 서울대를 졸업하고 나중에 유학을 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모님이 아이비리그의 비싼 학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은 “예일대 등이 운영하는 학부대학처럼 다양한 학문 분야를 섭렵할 수 있고, 영어강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글로벌 리더십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며 “이 같은 변화를 통해 서울대가 점차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홍찬식 동아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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