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월군 주천면 ‘다하누촌(村)’은 현재 인구 700여 명의 작은 산골마을이다. 하지만 최근 추석을 앞두고 찾은 이 마을 입구 하천 공터에는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100m 남짓한 길 양쪽에 늘어선 정육점에는 추석 선물용 한우(韓牛) 고기를 사러 온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낡은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마을 영농조합 사무실에는 주문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아르바이트생 40여 명을 임시 고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축산농가-소비자 직거래 40% 싼 가격 소문 퍼져
평일에도 2000여명 방문 젊은이 떠나던 노인마을
소득 늘고 이주민 몰려와 도시 못지않은 부촌 변신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마을은 인구 600여 명 중 60세 이상 노인이 80%가 넘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다. 마을 ‘중심가’에 있던 식당의 한 달 매출은 100만 원도 안 될 정도로 파리를 날렸다.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 대부분이 도회지로 떠나면서 인구는 갈수록 줄었다.
하지만 지금 이 마을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8월 11일 영월이 고향인 한 사업가와 일부 주민이 손을 잡고 한우마을을 만들기 위한 영농조합을 결성하고 다하누촌이란 브랜드를 붙이면서부터였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 주민은 회의적이었다. 이 때문에 출발 당시는 식당 3곳과 정육점 1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축산농가와 소비자 간 직거래로 한우 고기 가격의 거품을 빼자 사정은 달라졌다. 품질 좋은 한우 고기를 백화점보다 40% 이상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하루 평균 2000여 명, 주말에는 5000여 명이 찾았다. 10개월이 채 안 된 6월 초까지 이 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연인원 100만 명을 넘어섰고, 그 후 지금까지 40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처음엔 ‘경쟁자’로 생각해 경계하던 주민들도 하나 둘 업종을 바꾸고 다하누촌 간판을 달기 시작했다. 축산농가 식당 정육점 등 한우 고기 생산과 유통, 판매자 모두 하나의 영농조합에 참여했다. 마을 전체가 다하누촌이란 하나의 브랜드를 내걸고 품질 관리와 마케팅도 함께했다. 원래 섶다리마을이었던 마을 이름도 다하누촌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다하누촌 간판을 단 식당과 정육점만 48곳으로 늘었고 그중에는 ‘상하이점’ ‘삼천리점’ 등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곳도 많다. 이런 곳은 1년 전만 해도 중국음식점이나 자전거 판매점이었음을 의미한다.
이곳에 놀러 왔던 외지인 중에는 아예 생활터전을 옮겨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도 생겨났다. ‘동강점’ 김상현 사장은 강원 홍천군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했고, ‘주천가든점’ 연정석 사장은 서울에서 왔다.
식당과 정육점의 월평균 수익이 수백만 원에 이르면서 마을은 도회지 못지않은 ‘부촌(富村)’으로 거듭났다. 주차 안내, 사무 보조 등 새로운 일자리도 생겼고 외지에서 100여 명이 새로 이사를 와서 인구도 늘었다.
반신반의하던 영월군도 세수(稅收)와 관광객이 늘자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각종 관광안내책자에 다하누촌을 게재했고 영월군 관광코스에도 포함시켰다.
다하누촌의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여행사업부를 발족한 다하누촌은 20여 개 여행사와 공동마케팅을 하기로 했다. 영월군 내 박물관, 펜션 등과도 연계해 연간 5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최계경 영농조합회장은 “처음 한우마을 얘기를 꺼냈을 때만 해도 많은 주민이 성과에 회의적이었지만 그동안의 성공을 통해 서로 믿고 마음을 열면 낙후된 산골마을도 얼마든지 잘살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영월=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