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과대 통과해도 본부 심사 탈락 가능성
“질적인 평가에 무게” 연구실적 강조될 듯
서울대가 대학본부 차원에서 정년보장(테뉴어) 심사 규정을 만들기로 한 것은 그동안 단과대학별 심사 결과를 그대로 통과시켜 온 역할에서 벗어나 좀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테뉴어 심사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서울대는 각 단과대 인사위원회에서 1차로 정년보장 심사를 마치면 외부 인사 2명과 서울대 교수 15명으로 구성된 본부 정년보장 심사위원회에서 재심사를 한다. 외부 인사들은 전현직 미국 명문대 교수 출신으로, 연고주의에서 벗어나 공정한 심사를 하려는 목적에서 심사위에 포함돼 있다.
지난해 2학기까지 본부 심사위는 각 단과대의 심사 결과를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올해 1학기에 단과대 심사를 통과한 부교수 7명을 탈락시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대가 본부 차원의 정년보장 심사 규정을 만들어 내년 1학기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은 정년보장 심사를 강화해 더 체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또한 각 단과대의 정년보장 심사 기준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본부 차원의 심사 기준이 없어선 안 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김명환 교무처장은 “신설될 본부 정년보장 심사 규정은 질적인 평가에 무게를 둘 계획”이라며 “단과대 중 가장 엄격한 심사 기준을 두고 있는 자연대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자연대는 지난해부터 정년보장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해 부교수 승진 후 3년 이내에 △세계적 학술상 수상 △최고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인용 횟수가 평균의 10배 이상 △미국 최상위권 대학교수의 평균 논문인용 횟수 상회 등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를 만족시켜야 하는 예비 정년보장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만약 해당 부교수가 재심사에서도 실패하면 정교수 승진 시 세계적인 석학 5명 이상의 추천서를 받아야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오세정 자연대학장은 “정년보장 심사가 강화되면 일부 교수의 퇴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리 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부교수 승진 직후 예비 정년보장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의 정년보장 심사 강화는 KAIST의 최근 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것이란 분석도 있다. KAIST는 지난해 정년보장을 신청한 교수 38명 가운데 15명(39.5%)을 무더기로 탈락시켜 대학가에 충격을 줬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