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발에 북슬북슬하게 털이 난 참게는 노란 속살에서 풍기는 독특한 향 때문에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가을 진미 임진강 참게가 본격적으로 잡히고 있다. 임진강에서 어업허가를 받고 그물질에 바쁜 어민 100여 명은 추석 직후 속살이 가득 차올라 한층 맛이 좋다는 참게를 잡느라 온종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7일 경기 파주시 적성면 주월리 임진강변에는 그물 위치를 표시해둔 부표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어민들의 그물 당기는 소리가 가득했다.
이선호(47) 씨도 0.5t 소형 어선을 타고 전날 밤에 설치해둔 통발을 거두느라 정신없었다.
길이 1m 남짓한 통발 하나에 많게는 10여 마리에서 적게는 한두 마리씩 들어 있었다.
이 씨는 억센 집게발에 물려가면서도 익숙한 손놀림으로 통발에서 참게를 꺼내고 다음 통발을 강물에서 건지는 작업을 반복했다.
수질 개선을 위해 미끼를 쓰지 않고 통발만 던져 넣었는데도 참게들은 마치 제집인 양 통발 속을 찾아든다고 했다.
이 씨는 “1990년대 말부터 치어 방류 사업을 한 덕분에 임진강 일대 참게 자원이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어민들이 잡은 참게는 3년 정도 자란 것들로 대부분 파주어촌계(031-958-8006∼7)에 수매돼 직판장에서 전문 음식점이나 미식가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마리당 2500원 선.
임진강 일대에서는 제철을 맞은 요즘 하루 1t 정도의 어획량을 보이고 있다.
추석 직후 임진강 참게가 ‘진미’라고 불리는 이유는 뭘까. 임진강 1선단장인 민선근(50) 씨는 “이맘때 임진강 수온이 다른 지역보다 낮아지면서 참게가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이를 많이 먹어 속살이 가득 차오르기 때문”이라며 “얼음 얼기 전까지 잡는데, 맛은 요즘이 최고”라고 말했다.
1980년대까지 수질 악화로 임진강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참게는 1990년대 말 치어 방류사업이 활발해지면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임진강 어민들은 참게를 게장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시설을 갖춰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어민들이 출자해 영어조합을 만들어 치어 양육장과 참게장 가공시설을 갖춘 것.
살 오른 참게를 골라 쇠고기와 수수를 먹여 더욱 속살이 차오르게 만든 뒤 간장을 부어 게장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임진강 참게장은 10마리에 8만∼10만 원 선으로 이달 말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문의 031-959-3400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