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흑산초교 6년 김현식(12) 군은 매주 화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불이 환히 켜진 교실에서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친구들과 나눠 먹고 다른 섬마을 친구들과 화상으로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외딴 섬 마을 아이들과 교사들의 ‘사제동행 독서토론 야(夜) 프로그램’이 화제다.
야간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교는 흑산초교를 비롯해 인근 흑산서, 흑산동, 흑산북, 장도, 영산도, 하태도 등 6개 분교.
학생 140여 명은 4월부터 매주 화요일 밤 40여 명의 교사와 함께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발표하고 마지막 주 화요일에는 신안군교육청 원격교육정보망을 통해 화상 독서토론을 한다.
이 프로그램은 본교와 분교 아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본교에서 가깝게는 배로 15분 거리에, 멀게는 50분 넘게 걸리는 분교 아이들은 1년 한두 번 만나는 게 고작이었다.
본교에서 1박 2일로 야영학습을 하고 도시체험학습 때 얼굴을 보았던 아이들은 독서토론을 하는 날에는 카메라 앞에서 안부를 묻고 읽은 책의 줄거리와 소감을 이야기한다.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책을 읽고 발표하다 보니 학습 성과도 나타났다. 수업이 끝난 뒤 갈 곳이 없었던 아이들은 책 읽는 재미에 빠져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은 이제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공부방이 됐다.
문영숙(54·여) 흑산동분교 교사는 “야간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5개월 정도 지났는데 아이들의 집중력이 좋아지고 발표력도 향상된 것 같다”며 “처음에는 화상대화를 하면서 쑥스러워했는데 이제는 장기자랑을 할 정도로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사제 간의 정도 깊어졌다.
주로 도시락을 먹지만 가끔 ‘라면 파티’나 ‘김밥 파티’를 벌이기도 하고 학부모들이 마을별로 준비한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백종환(57) 흑산초교 교장은 “학원 하나 없는 섬 아이들의 학력 신장을 위해 시작했는데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가 좋아한다”며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학교 교육의 모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