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인지도 높아지도록 최선”
“인하대 수학과의 인지도를 높이고 맡은 연구에 충실히 임해 학계가 인정하는 논문을 발표하고 싶습니다.”
이달 1일 인하대 ‘정석 석좌교수’ 1호로 임용된 강현배(48·수학과) 교수.
강 교수는 11년간 모교인 서울대 자연대 수리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자리를 옮겼다. 모교를 떠나야 한다는 것, 명문대 교수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낯선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혹시 모교나 동료 교수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지만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더 좋은 조건을 선택한 학자적 욕심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석 석좌교수란 인하대가 ‘국가 석학’을 초빙해 대학 발전을 꾀하자는 취지로 올해 처음 만든 교수 초빙 제도. 정석은 고(故) 조중훈 대한항공 회장의 아호다.
강 교수는 올 3월 57년 묵은 수학계의 난제를 풀어 한국 기초과학계에 낭보를 전해 화제가 됐던 수학자다.
▶본보 3월 5일자 A2면, 3월 6일자 A31면(사설) 참조
● 강현배 교수는 57년 묵은 수학 난제 ‘폴야-세고 예측’ 풀어 의료영상-광학 등 첨단기술 융합 주력
그가 미국 유타대 그램 밀턴 석좌교수와 함께 풀었던 난제는 ‘폴야-세고 예측’.
폴야-세고 예측은 종양 진단의 기본 이론인 ‘편극텐서’라는 수학적 개념과 관련된 연구로, 같은 부피를 가지는 영역 중에서 편극텐서의 고유치의 합이 최소가 되는 모양은 구면체뿐이라는 내용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 폴야와 세고가 1951년 제시했으나 이를 증명해내지 못했다. 강 교수와 밀턴 교수가 치열한 탐구 끝에 그 오랜 난제를 풀어 이 예측이 참임을 증명한 것이다.
강 교수가 풀어낸 수학 문제는 유방암 진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재 유방암 진단에 주로 사용되는 초음파나 X선 기기는 오차율이 높은 편인데, 이번 연구는 빛을 통해 종양의 형태를 더 분명하게 파악하게 돼 종양의 조기 진단 확률을 높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50여 년간 풀지 못한 수학 난제를 풀기 위해 밤늦도록 연구실의 불을 밝혔으며 TV를 볼 때도 그 문제만 생각했다.
그는 “가족에게 ‘대학을 옮길 생각’이라고 말을 꺼냈더니 처음엔 반대가 심했다”며 “더 나은 연구 조건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준 가족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앞으로 매체영상, 의료영상, 비파괴검사, 광학 등 수학에 기초를 둔 첨단기술이 융합된 분야에 대한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다.
그는 최근까지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29편을 비롯해 총 69편의 논문과 4권의 저서를 발표했다.
“나 자신이 단 한 번도 ‘스타 교수’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호기심이 많아 연구에 몰두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평범한 교수죠.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으니 새 각오로 연구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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