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외국인 주민센터에서 만난 마힌드(30·스리랑카) 씨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1년 전 입국한 마힌드 씨는 최근 직장을 잃고 고민하던 끝에 이곳을 찾아 상담을 받았다. 그는 서투른 한국말로 “이곳에 주민센터가 있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경남에서 올라왔다”며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상담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안산시에 외국인을 위한 주민센터가 생긴 것은 올해 3월. 6개월이 채 안됐지만 지금까지 5만 명 가까운 외국인들이 이용했다. 월평균 8000명이 찾은 셈이다.》
무료 진료센터-통역센터…
지자체에서 운영 전국 유일
○ 태권도-컴퓨터 배우고…
안산시에 살고 있는 외국인은 55개국 3만2000여 명. 불법 체류자를 포함하면 6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안산시는 추정하고 있다.
외국인 주민센터는 이들에게 내국인과 똑같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건립됐다.
이곳에는 안산시 공무원 17명이 일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외국인 주민센터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각종 생활정보는 물론 창업, 구직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태권도 컴퓨터 한글 교실도 열린다.
주민센터를 시작으로 안산에는 외국인 관련 공공기관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3월 문을 연 진료센터에서는 고혈압, 관절염 진찰부터 침, 부항 같은 한방 진료도 가능하다. 치료를 위한 스케일링도 받을 수 있다. 외국인들은 모두 무료다.
이주민 통역지원센터에서는 8개 언어로 상담이 가능하다. 1년 내내 문을 여는 송금센터도 개소했다. 모두 주민센터와 같은 건물에 있다.
이달 초에는 주민센터 근처에 ‘외국인 특별치안센터’도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에 귀화한 필리핀인 아나벨(40·여) 경장 등 경찰관 5명과 안산시 특별순찰대원 등 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김창모 소장은 “주민센터는 안산에 사는 외국인들의 작은 정부”라며 “가능한 한 이들에게도 내국인과 똑같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원곡동 일대 ‘국경 없는 마을’에는 150여 개의 상점과 1만5000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안산시는 이곳을 다문화 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국경 없는 마을 중심로인 신흥길 350m를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 중이다. 지저분하게 걸려 있던 각양각색의 간판은 최근 살구색 간판으로 통일됐다.
외국인을 위한 종합복지시설과 커뮤니티 센터, 비즈니스 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다. 각국의 문화원을 한곳에 모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장기적으로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통합 행정기관을 세우는 것이 안산시의 목표다.
박주원 안산시장은 “50개국이 넘는 외국인을 상대하는 업무는 외교나 다름없다”며 “이들을 끌어안고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