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노승권)는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인 백종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에 대해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전 사장은 한글과컴퓨터 대표 시절 회사 돈 60여억 원을 횡령하고, 벤처기업 C사를 지난해 12월 인수한 뒤 1월부터 3월까지 410여억 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다. 또한 2005년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재직할 때 미공개 인수합병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해 12억여 원의 차익을 남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해외로 출국한 백종헌 회장의 또 다른 동생 백모(52) 씨에 대해서도 이날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백 회장의 또 다른 동생 역시 C사 자금 10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입국 즉시 체포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백 전 사장의 혐의를 밝혀낸 데는 2일 프라임그룹 계열사 7곳을 압수수색할 때 확보한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 파일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하던 중 백 전 사장이 맏형인 백 회장에게 쓴 반성문 형태의 ‘형님 전상서’라는 문서 파일을 찾아낸 것.
이 문서에는 백 전 사장이 프라임그룹 계열사 운영 과정에서 저지른 비위 사실을 모두 털어놓으면서 형에게 사죄를 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는 것. 프라임그룹 계열사인 한글과컴퓨터, 프라임엔터테인먼트의 회사 돈을 빼돌린 것은 물론 프라임그룹을 떠난 이후 새로운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주가 조작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백 회장은 지난해 말 백 전 사장에게 맡겼던 계열사의 자금 흐름이 이상하다는 점을 알게 됐고, 그룹 차원에서 백 전 사장이 운영한 계열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백 전 사장은 백 회장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했다.
컴퓨터에 남아 있던 백 전 사장의 ‘형님 전상서’가 결국 자신의 범죄 혐의를 자백하는 자술서가 된 셈이다. 황윤성 서울서부지검 차장은 “자신의 모든 잘못이 담겨 있는 편지인 만큼 백 전 사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