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상담에서 "인터넷 바다이야기에 빠져 수천만 원 가량을 날렸다"며 "집, PC방 등 컴퓨터가 있는 곳이라면 나도 모르게 불법 게임사이트에 접속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이 최근 사행성 게임 단속 전담팀을 꾸려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2년 전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사행성 게임의 대표격인 '바다이야기'를 고스란히 인터넷으로 옮겨 놓은 불법 게임 사이트들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바다이야기'는 게임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는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바로 게임기가 된다.
게임 머니 역시 해당 사이트에 나와 있는 계좌 번호로 돈을 입금하면 10분 안에 사이버 머니로 바꿔주기 때문에 환전소까지 갖추고 있는 셈.
도박 중독자 치료모임인 '단도박모임'의 한 관계자는 "현금으로 하는 온라인 바다이야기, 온라인 포커 사이트 등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런 불법 게임 사이트를 통해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인터넷의 특성상 따로 게임장을 찾지 않아도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독되는 속도도 빠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게임물등급위원회가 8월까지 불법 게임 사이트를 모니터링 한 결과 적발 건수는 1만 6310건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가 1342건인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바다이야기'를 검색하면 '바다이야기 다운로드', '바다이야기 2.0' 등의 단어가 자동으로 검색될 정도다.
불법 게임 사이트들이 1주일에 한번씩 IP 주소를 바꾸거나, 회원들에게만 e메일로 새로운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는 식으로 단속망을 피해가고 있는 반면 단속은 여러 기관으로 나누어져 있는 실정이다.
현재 불법 사이트에 대한 모니터링은 게임위에서, 사이트 차단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사이트와 운영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경찰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사이트에 계좌번호가 게재되어 있기만 해도 수사 의뢰 했으나 경찰에서 '대부분 대포통장으로 추적이 어렵고 의뢰 수가 과다해 다른 대민업무 처리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요청해왔다"며 "올해는 주로 사이트 차단 위주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게임 사이트 단속을 전담하는 부서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며 "게다가 대부분의 불법 게임 사이트들이 외국에 서버를 두고 영업하고 있어 수사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 방통위의 상반기 조직개편으로 인해 심의가 지연됨에 따라 3월부터 6월까지 게임위와 방통위 간에 불법 게임 사이트 차단 의뢰 건수는 전무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유지연 연구원은 "최근 휴대전화 스팸 문자의 대부분이 불법 게임 사이트와 관련된 것일 만큼 불법 게임 사이트가 만연하고 있다"며 "불법 게임 사이트의 단속만을 전담하는 기관을 마련해 일관된 단속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