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경기지부, 도교육청과 법근거 없는 ‘정책협의’ 개최

  • 입력 2008년 9월 20일 02시 59분


‘단협’서 관철못한 교육현안 압박

특목고 신설 등 44개 의제 4개월째 협의중

교육감-학교장-학교운영위 권한까지 침해

법적으론 임금-복지-근무조건만 논의가능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가 단체협약과는 별도로 경기도교육청과 ‘정책업무협의회’를 열어 교육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19일 경기도교육청과 전교조 경기지부가 6월 이후 4개월째 논의하고 있는 ‘2008년 정책업무실무협의회 44개 의제’를 공개했다.

○ 제도적 협의 창구 마련

전교조 경기지부는 이번 정책협의회에서 ‘(교육청은) 전교조 경기지부와 노사협의회에서 당면 교육 현안을 논의한다’는 의제를 제시했다. 또 ‘지역교육청 교육 현안에 대해 교육장이 전교조 해당 지회와 협의하도록 한다’고 요구했다.

단협의 대상은 주로 조합원의 지위 향상에 관한 것으로 한정돼 있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르면 노조와의 협의 대상은 △조합원의 임금 △근무 조건 △후생복지 등 경제적 및 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한 사항에 국한돼 있다.

이 때문에 전교조 경기지부는 교육 현안에 대한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단협과는 별도로 교육청과 협의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또 단협 합의사항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협의회를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2004년 단협에서 ‘각 학교가 연구 시범학교로 지정받고자 할 경우 교무회의를 통해 동의를 얻도록 한다’고 합의했다.

이 지부는 올해 정책협의회에서는 ‘도교육청은 시범학교 선정 때 무기명 비밀 투표를 통해 교사들 동의를 구하도록 지도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학교는 시범학교 지정을 취소한다’는 구체 조항을 만들어 합의를 요구했다.

○ 노사 협의회도 요구

전교조 경기지부는 이번 정책협의회에서 “교육청은 정책협의회가 없는 분기에 노사협의회를 개최한다”는 조항에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명분으로는 “노사 간에 경기교육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단협에서는 정책협의회를, 정책협의회에서는 노사협의회를 요구하면서 전교조가 교육청을 압박할 수 있는 창구를 계속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004년 단협에서 매년 전교조와 한국교원노동조합(한교조) 합동으로 2번, 두 단체 별도로 한 번씩 정책협의회를 가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 각 실국은 전교조와 정책협의회를 한 번 열기 위해 6월부터 4개월째 실무협의회를 통해 전교조가 요구한 의제를 협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 “대표성 없는 전교조 의견 수용”

전교조 경기지부는 이번 협의회에서 ‘오후 7시 이후의 방과 후 학교 활동은 금지한다’는 것과 ‘각급 학교에 수입산 쇠고기를 급식 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의제에 포함시켰다.

신 의원은 “방과 후 활동과 급식 관련 사항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 특목고 확대 금지나 고등학교에서 사설 모의고사를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요구는 교육감과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 정책과 학교 운영에 대해서는 법적인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이미 합의한 만큼 전교조와의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상당수 시도교육청이 법적인 근거가 없는 협의회를 매년 열어 교사의 대표성도 없는 전교조의 교육 정책과 관련된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 따르면 전교조 경남지부가 17일 지부장 명의로 “국회의원 국정감사 자료 요구에 ‘해당 없음’으로 보고하거나 보고를 거부해 주길 바란다”는 협조 요청 공문을 경남 지역의 각 학교장에게 발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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