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올라 백화점 명품 잘 나가요

  • 입력 2008년 9월 21일 17시 06분


백화점 명품 매출
<그림1> 백화점 명품 매출
면세점 매출
<그림2> 면세점 매출
롯데 백화점의 한 명품관에서 손님들이 구두를 고르고 있다. 우경임기자
롯데 백화점의 한 명품관에서 손님들이 구두를 고르고 있다. 우경임기자
11월 결혼을 앞둔 장혜정(28) 씨는 혼수로 평소 찍어둔 명품 가방을 사러 면세점에 갔다 그냥 발길을 돌렸다. '국민 가방'이라 불리는 루이비통 스피디 30이 면세점에서는 73만 7000원으로 백화점 명품관과 7만 원 정도 밖에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가격 차이면 백화점 명품관에서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백화점에서 사면 신혼여행 중에 번거롭게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웨딩 마일리지를 적립 받아 일정 금액을 상품권으로 돌려받을 수 있어요. 몇 만 원 차이면 굳이 면세점에서 살 이유가 없죠."

● 고환율이 백화점과 면세점 명암 갈라

그래프를 보면, 환율이 1000원대로 올라 선 5월부터 백화점 명품 매출(전년 대비)은 늘어나고 면세점 매출(전년 대비)이 줄었다. 당일 환율이 적용되는 면세품 가격이 오른 데다 해외 여행객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명품 전체 매출은 올해 5월 45.8%, 6월 44.8%, 7월 43.2%, 8월 50% 매출이 증가했다. 환율이 1000원대로 올라서자마자 매출 증가가 40%대로 훌쩍 뛰어오른 것이다.

반면, 롯데 면세점(내국인)은 5월 -0.6%, 6월 4%, 7월 -5.1%, 8월 -1.5%를 기록했다. 환율이 오르기 전에 꾸준히 10~20% 정도 매출이 신장된 것에 비하면 고환율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같은 기간 일반상품 매출이 10.2% 늘어난 것에 비해 명품 매출은 40%대로 4배 가까이 늘었다"며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해외 여행객이 급감하고 면세품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 때문"이라고 말했다.

● 고환율 피해가기 노하우는?

혼수를 준비하는 신혼부부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조금이라도 싸게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고환율 피해가기' 노하우를 주고받는다.

오프라인 면세점 대신에 온라인 면세점이나 기내 면세점 이용을 추천한다. 온라인 면세점은 오프라인보다 할인 혜택이 더 크고 기내 면세점은 월 단위로 환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이 매월 발행하는 기내지 가격은 한 번 인쇄하면 환율이 뛰어도 가격을 바꿀 수 없다.

또, 환율이 요즘처럼 널뛰기할 때는 일단 필요한 물건을 사 놓았다가 환율이 떨어지는 날 구매를 취소하고 다시 사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가맹점의 청구시점(3~4일 뒤) 환율이 적용되는 신용카드 보다는 현금으로 계산하는 것이 필수다.

면세점도 각종 할인 혜택으로 손님 잡기에 나섰다. 롯데 면세점은 내달 9일까지 의류와 타이, 핸드백 등을 최고 50% 할인하는 세일을 진행 중이다. 또, 2년간 구매실적이 400달러 이상 되어야 발급해 주던 VIP 실버카드를 인터넷면세점에 회원 가입만 해도 가능하도록 조건을 완화, 누구나 5~10%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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