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通 테마筒]소수민족 언어

  • 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소수민족 언어 90% 이상이 100년 내 지구에서 사멸될 위기

영어의 세계화 → 언어의 획일화 → 그 다음엔 ?

1. 세계 언어학자 대회 개최와 그 의미

7월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제18차 세계 언어학자 대회’가 열렸다. 5년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돌아가며 개최되는 이 대회는 1928년 창립된 세계 최고(最古)·최대의 언어학자 대회다. 올해도 1500여 명의 세계적인 언어학자가 참여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Unity and Diversity)’이었다. 세계화의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소수 민족의 언어가 소멸하고, 영어를 중심으로 언어 사용이 획일화되는 추세다. 이번 대회는 ‘언어의 획일화와 다양한 언어의 존립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구체적으로는 멸종 위기에 처한 소수 민족의 언어를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는 한편, 글로벌 시대 세계인의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의 통일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대회의 목표였다.

2. 언어의 소멸과 획일화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5000∼7000개의 언어 가운데 2500개 이상의 언어가 1500명도 안 되는 사용자를 갖고 있어 심각한 언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특히 소수 민족 사회의 경우, 젊은이들이 주류 문화에 편입하기 위해 영어를 쓰고 토착어는 고령자들만이 사용하기 때문에 100년 이내에 지구상의 언어 중 90%가 소멸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사용자가 10만 명이 넘는 약 600개의 언어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세계 언어 수의 90%에 달하는 그 밖의 언어들은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수 민족의 언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 주요 원인은 세계화와 그로 인한 영어의 영향력 확대다. 영어는 나라에 따라 공식 언어로 정해둔 경우도 있고, 제2언어로 사용되기도 하는 등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쓰인다. 영어권 국가들이 대개 강대국으로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영어 역시 외교, 경제, 과학, 항공, 오락, 인터넷 등의 분야에서 공식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세계 주요 학술 잡지는 대부분 영어로 발행된다. 인터넷에서 쓰는 언어도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다. 영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서 한 개인이나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비영어권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혹은 반강제적으로 주류 언어인 영어를 구사하려 노력하고 있다.

3. 언어 다양성의 필요성

그러나 영어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소수 민족의 언어가 사라지는 언어의 획일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언어의 획일화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이루어온 문화적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언어는 그 민족의 생활 관습, 사고, 정서가 축적된 인류 문화의 보고다. 예를 들어 알래스카 원주민의 말에는 ‘눈(雪)’과 관련된 수많은 어휘가 존재한다. 농경민족인 우리 민족은 ‘농사’나 ‘밥’과 관련된 다양한 어휘를 사용해왔다. 우리 언어에는 높임법 등 공동체 의식과 관련된 어휘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언어가 획일화된다는 것은 이러한 다양한 사고나 의식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에 수많은 언어가 존재한다는 것은 지구상에 수많은 문화와 문명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종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자연 파괴라는 종말을 맞는다. 마찬가지로 언어의 획일화도 인류 문화의 다양성을 파괴할 것이다. 소수 부족어의 멸절(滅絶)을 다룬 ‘사라져가는 목소리들’의 저자 수전 로메인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문화와 언어의 변별성은 인간 정체성을 정의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에 문화적·언어적 다양성의 유지는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결국 다양한 언어를 보존해야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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