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리와 사고]개념을 명확히 써야 논술다운 글

  • 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좋은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 ‘논술의 고수’가 되기 위해 글을 쓸 때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는지, 특히 어떤 요소들을 고려해 훈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쓸 때에는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절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개념은 마법 지팡이와 같습니다. 정의하기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하고, 글의 흐름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개념은 강철 방패와도 같습니다. 글을 쓸 때 개념을 모호하게 정의해 놓으면 글의 주장을 무너뜨리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체벌을 ‘폭력’이라고 정의한다면 체벌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정당화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체벌을 ‘사랑의 매’라고 정의한다면 체벌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개념은 글의 내용을 규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자 글의 출발점입니다. 글을 쓸 때 개념을 정확하게 규정해서 쓰지 않으면 내용이 전체적으로 혼란스러워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논술과 관련된 용어 중에도 제대로 정의하지 않아 의미가 애매한 것들이 있습니다. ‘주제’라는 개념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주제는 글이 다루는 문제를 지칭하기도 하고, 글의 결론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물론 맥락에 비추어 둘 중 하나로 분명히 이해되는 경우도 있지만 애매함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결론’이란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논술에서 결론을 글의 위치를 나타내는 말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결론이 위치를 가리킨다면 항상 글의 마지막이 결론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두괄식, 중괄식, 미괄식, 양괄식 등 결론의 위치에 따라 글의 구성 방식을 나누는 것을 보면 결론은 ‘글쓴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장’을 나타내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이라는 개념을 내용이 아닌 위치로 이해한 학생들은 논술 답안을 작성할 때 무조건 미괄식으로만 구성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위치를 표시하는 개념으로 결어 결언 결말 등을 사용하면 글의 핵심 내용을 뜻하는 ‘결론’과 헷갈리는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논리적인 글을 쓸 때 개념은 특히 더 중요합니다. 핵심 개념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글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낙태 문제를 예로 들어 봅시다. 우선 ‘낙태가 살인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부터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살인이라면 낙태를 허용하기가 어렵고, 살인이 아니라면 허용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입니다.

이 문제는 다시 ‘태아가 인간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와 연결됩니다. 만일 태아를 인간으로 볼 수 있다면 낙태를 살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태아를 완벽한 인간으로 볼 수 없다면 낙태는 살인이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인간’이란 개념을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태아를 인간으로 인정할 수도, 인간이 아닌 존재로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인간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가 글의 방향을 결정하는 대전제로 작용하게 됩니다.

‘인간’이란 개념을 정의할 때에는 크게 두 가지의 접근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자연적인 접근입니다. 인간을 생물학적 차원에서 특정한 유전 인자를 가지고 있는 ‘종’으로 보는 접근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태아는 완벽한 인간입니다. 인간의 유전자를 완벽히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문화적 접근은 인간을 인격체(person)로 봅니다. 즉, 자의식과 반성능력을 가진 존재로 보는 것이지요. 우리가 패륜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접근 때문입니다. 이 관점에서는 태아를 자의식을 가진 인간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낙태 또한 살인이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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