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와 산 자의 혼을 이어주는 무당
어째서 가장 한국적 종교의 사제일까
현대라는 시류 속에서 무당은 관심의 대상 밖에 있다. 하지만 한민족의 역사 속에 ‘신명’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한 ‘무당’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신명과 무당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이자 무당인 이해경은 무당의 정체성을 절대적인 메시지로 전달한다. 다음의 글을 논술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자.
『(가) 무당을 찾는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당과 더불어 소원을 이룰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 노력한다는 생각보다 무당에게 투자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면 그 무당과의 인연을 아예 끊고 만다.
무당이 앞날을 척척 맞추는가 싶으면 말할 수 없이 가까이 지내려 하고, 떠받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한 가지라도 어긋나게 되면 바로 등을 돌려버리고 또 다른 용한 무당을 찾아간다. 그러나 무당은 결코 신이 아니다. 앞날을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이다. (하권 105쪽)
(나) 무대에 설 때마다 내 공연의 목적을 생각한다. 무당이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철칙처럼 광고 효과를 노리는 공연이라면 결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것은 나와 더불어 무대를 즐기는 대중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 굿 공연만큼은 종교적인 면이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히려 예술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 공연물의 측면에서 본다면 굿은 음악과 무용, 마임, 연극 등 예술의 전 장르가 신기와 신명으로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총체적 무대라고 본다. (하권 178쪽)』
(가)는 무당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보여준다. 작가는 현대 사람들이 무당을 굿이라는 의식을 행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사람 정도로 인식한다고 지적한다. 진정한 무당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엿볼 수 있다.
(나)는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무당의 굿 공연이 가장 한국적인 종합예술임을 보여준다. 예술이 신기(神氣)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무당의 굿이 무대화되어 공연될 경우 한국예술의 정체성이 분출되는 계기가 된다.
이제 위 글을 바탕으로 스스로 논술 문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에서 무당에 대한 현대인의 인식을 비판하고, 다른 종교와의 공통적 측면에서 무당에 대한 올바른 정체성을 제시하시오’를 만들어보자.
현대인들은 무당을 길흉을 점쳐주는 대가로 복채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 정도로 인식한다. 일개 점쟁이로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무당이 용하면 몰려들고 아니면 헌신짝처럼 버린다. 하지만 무당은 서로의 교류를 통해 마음을 가다듬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이자 굿을 통해 죽은 자와 산 자의 정신적 고통을 풀어주는 신성한 매개자이다. 무당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종교의 사제인 것이다.
②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무대에서의 ‘굿 공연’을 평가하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시오’를 생각해보자.
무대에서의 ‘굿 공연’은 우리나라의 전통을 현대화한 ‘순수 생활 속의 문화’다. 무당을 오해하거나 왜곡되게 알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굿 공연은’ 무당의 굿이 우리 문화의 일부임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무당의 전통 굿은 오랜 역사에 걸쳐 질박하게 이어져 온 우리의 정서를 대변한다. 하지만 ‘굿 공연’이 대중들의 감상과 공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종교적인 색체를 배제하고 현대화된 공연물로서 예술성을 강조해야 한다.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는 “은밀한 상담자로 존재했던 무당의 긍정적인 면모를 현대적으로 정립시켜보겠다는 의지와 현재 우리 사회 속의 무(巫)에 대한 예리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다”고 이 책을 평가했다. 무당 이해경은 이 책을 통해 진정한 무당의 길을 무엇인지 보여준다. 신과 인간의 중간자로서 영혼을 제련하는 그의 메시지는 감동적이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