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유류할증료 인상절차 편법 논란

  • 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재정부 “국토부가 협의 생략… 법적분쟁 생길수도”

국토부 “10년간 문제제기 안했다… 관련업계와 논의”

국토해양부가 올해 들어 4배로 뛴 항공운임 유류할증료를 올려주는 과정에서 법에 규정된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항공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올해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항공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유류할증료 인상을 허용했다.

유류할증료는 유가가 오를 때 항공사가 운임을 올리는 대신 정부의 인가를 얻어 세금처럼 추가로 받는 요금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유류할증료 인상 과정에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4조에서 규정하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생략했다.

재정부 당국자는 “앞으로 법령 해석 과정에서 국토부가 인가한 요금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명되면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1995년 법이 만들어진 후 10여 년 동안 협의가 없었다”며 “화주협회 등 비용을 부담하는 관련 업계와도 논의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공 주무부처가 해당 업계에 유리한 쪽으로 공공요금을 결정하면서 법에 규정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류할증료는 올해 들어 약 4배로 뛰어올랐다. 편도 기준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가는 단거리 노선은 지난해 12월 25달러에서 이달 98달러로 올랐고, 같은 기간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장거리 노선은 52달러에서 221달러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꼽 항공권’도 나오고 있다. 22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上海)를 다녀오는 일부 항공은 운임이 왕복 기준으로 9만 원인데 유류할증료는 22만6000원이다.

할증료가 거리에 비례해 책정되지 않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예컨대 중국 베이징 노선 이용자는 필리핀 마닐라 등 비행 거리가 더 먼 곳의 이용자와 같은 할증료를 내고 있어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