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79.2% “외국인 인재 ? 일 잘합니다”

  • 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 국내 대기업 24곳 외국인 채용 현황

해외사업 강화 따라 증가세…기업당 90.1명

상명하복 등 문화갈등으로 조기퇴사도 많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GMO) 고객마케팅그룹의 살리니 싱(여) 과장.

그는 인도 델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고려대 국제대학원 국제통상학과에 진학했다. 2002년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인도 시장 개척 업무를 맡고 있다.

싱 과장은 “GMO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다른 부서에서도 외국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 글로벌 회사라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해외 사업부문을 강화하면서 외국인 채용을 늘리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국내 사업장에 1000여 명, 삼성전자는 800여 명의 외국인 인재를 채용했다. 이제 한국 사원들이 기업 내에서 외국인과 소통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됐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 및 헤드헌팅 전문회사 HR코리아와 함께 국내에 근무하는 외국인 인재 현황에 대해 조사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단순 외국인 노동자는 제외했다.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인사 담당자에게 외국인 사원 채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설문조사에 응한 43개사 중 외국인 인재를 채용한 기업은 24개사(55.8%)였다. 기업당 평균 외국인 수는 90.1명.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하면 10.1명으로 줄어든다.

외국인 인재 채용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24개사 중 12개사가 ‘외국인 인재 채용이 늘고 있다’고 답했고 이들 기업은 매년 평균 25%씩 외국인 채용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12개사는 ‘변함없다’고 답했다.

외국인 인재가 근무하는 부서(복수 응답)는 기획·법무·인사와 해외영업 부서가 각각 45.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구개발(33.3%), 마케팅(25.0%), 생산기술(25.0%) 등의 순이었다.

김혜현 ㈜효성 인재육성팀장은 “효성 본사에 10명의 외국인 인재가 있는데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을 강화하면서 최근 외국인을 더 많이 뽑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인재의 업무역량’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25.0%)와 ‘만족한다’(54.2%)가 대부분이었다. ‘조직 적응력’에 대해서도 만족하는 비율이 70.9%였다.

삼성전자 측은 외국인 인재에 대해 “회사 분위기나 한국 문화에 대한 적응이 빠르고 기대 이상의 업무성과를 내고 있어 매년 20% 정도씩 외국인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기 퇴사율도 높은 편이었다. 24개 기업 중 6개 기업(25.0%)은 ‘외국인 직원의 평균 근무기간’을 1년이라고 답했다.

국내 한 제약회사는 신약 개발을 위해 임원의 2배에 해당하는 연봉을 제시해 생명공학 전문가인 A(38·인도) 씨를 영입했지만 6개월도 안 돼 사표를 냈다. 한국 직원들은 나이도 어린데 자신의 몇 배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는다는 생각에 자주 불만을 드러냈고, A 씨의 지시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는 중국인 B(30·여) 씨는 “한국의 조직문화는 상명하복이 심해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할 일이 없어도 늦게까지 야근하거나 대부분 비즈니스가 술과 연결돼 있는 기업문화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최효진 HR코리아 사장은 “기업은 외국인 인재 채용에 힘을 쏟는 만큼 내부 조직원들의 타문화 이해를 위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며 “인재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앞으로 인재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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