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예술… 서로에게 길을 묻다

  • 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한예종-포항공대 강의 교류… 학생들 관심 폭발 강의실 꽉차

“수학 공식을 쓰지 않고 강의하는 게 내 전문입니다. 단 덧셈, 뺄셈은 제외하고….”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L-139호 계단강의실.

생소한 수학 강의에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학생들은 교수가 던진 첫 마디에 웃음을 터뜨렸다.

포스텍 김강태(51·수학) 교수의 말이 이어졌다.

“산을 돌아서 가는 게 힘들어 관통하는 굴을 뚫는데, 굴을 뚫는 ‘방법’을 찾는 것이 수학입니다. 수학은 이처럼 우리 생활의 일부인 것이죠.”

학생들은 좀 더 편안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수업은 올해 2학기 포스텍이 예술종합학교에 개설한 ‘과학의 산책’ 과목의 3번째 강의. ‘관점의 변화와 수학 연구’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계속됐다.

학생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100석 규모의 강의실이 가득 차 몇몇 학생은 직접 의자를 가져 와 강의실 뒤쪽에서 수업을 들었을 정도였다. 예술종합학교 측은 듣고 싶다는 학생이 많아 수강 정원까지 늘렸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관심과 반응도 다양했다.

김병수(36·애니메이션학과) 씨는 “공상과학을 소재로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교수님들이 최근 과학 쟁점들에 대해 생생하고 재미있게 강의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혜(24·연출과) 씨는 “과학과 예술 모두 상상력과 직감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도 뛰어난 예술가로 볼 수 있다”며 “이 수업을 통해 평소 관심 있던 과학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고 기대했다.

이날 김 교수는 “예술과 과학 모두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인간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예술종합학교와 포스텍이 강의 교류를 시작한 것은 이번 학기부터. 과학 기술자와 예술가 사이에 소통과 만남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상대 학교에 ‘과학의 산책’과 ‘예술의 산책’ 강좌를 개설했다.

‘과학의 산책’ 과목을 위해 14명의 포스텍 교수는 매주 돌아가며 서울에 올라와 ‘나노 과학’ ‘생명공학과 인류생활’ ‘DNA의 이해’ 등 물리학 화학 수학 생명공학 분야의 지식을 전달한다.

예술종합학교 전수환 예술경영과 교수는 “이번 교류 수업이 학문과 학문 사이의 좀 더 폭넓은 교류와 창의적인 통섭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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