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및 횡령 혐의로 출국 금지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거액을 들여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차명을 동원하는 등 석연치 않은 행태를 보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본보 20일자 A1면 참조 ▶ 박연차 회장 출금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은 21일 낸 보도자료에서 “박 회장이 2002년 10월 11일 한국토지공사 측에 경남 김해시 외동의 토지 7만4470m²를 매입하기 위한 계약보증금 28억여 원을 납부했으나 당시 계약자는 박 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탈세 및 횡령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갑근)도 박 회장이 김해시의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해 확인 중이다.
김 의원이 입수한 토지 매매예약서 및 계약서 등에 따르면 2002년 7월 10일 토지공사 측에 5억 원을 주고 매매예약을 체결한 사람은 김모(48) 씨다. 또 김 씨는 같은 해 10월 11일 토지공사와 343억 원에 매매계약을 했다. 그러나 당시 계약보증금을 낸 사람은 김 씨가 아닌 박 회장이기 때문에 차명계약 또는 명의신탁이라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그리고 3일 뒤 박 회장은 또 다른 김모(57) 씨와 공동 명의로 이 땅을 넘겨받는 ‘권리의무 승계계약’을 체결했다.
김 의원은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라면 토지공사가 처음 계약자인 김 씨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재공고를 내 새 구매자를 찾아야 했는데 토지공사는 이런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박 회장은 2003년 4월 9일 또다시 ‘권리의무 승계계약’을 해 땅의 공동 소유자를 안모(54·여) 씨로 바꿨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4월까지 9차례에 걸쳐 토지공사에 땅 매입금 316억 원을 분납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11일까지 내도록 돼 있는 마지막 분납금 27억여 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것.
김 의원은 “박 회장이 11개월 넘게 마지막 분납금을 내지 않은 데는 소유권 이전을 뒤로 미루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 측은 “부동산 거래는 전적으로 박 회장의 개인적인 부동산거래일 뿐이며 매매 과정에서 의혹이 일 만한 일은 전혀 없다”고 주장해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