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흑자 재정 운용과 관련해 "보장성 확대를 위해 써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의료수가 인상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건보재정 흑자행진=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건강보험 재정 누적흑자는 총 2조4487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까지 누적 흑자인 8951억원보다 173.5%(1조 5536억원)나 증가했다.
월 별로 보면 4월 117억 원의 적자를 낸 것을 제외하고는 매월 적게는 300억 원, 많게는 1500억까지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증대로 건보재정 수지가 좋아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 원인은 경기침체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수침체, 고유가 여파로 국민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웬만한 병은 참고 병원이 덜 갔기 때문이라는 것.
주부 이기영(33·여·서울 성북구) 씨는 "물가는 오르지만 수입은 뻔해 웬만큼 아픈 것은 그냥 참는다"며 "지난해에는 딸과 남편이 3, 4번 병원에 갔는데 올해는 1, 2번만 갔다"고 말했다.
임재현 나누리병원 원장은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다가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며 "그러다가 병을 더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올 상반기 보험급여비(환자 진료비 중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비용) 지출 증가 폭은 7.5%로 2005년(13.2%), 2006년(17.7%), 2007년(13.8%)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밖에 △6세 미만 아동 입원비에 10% 본인부담금 부과 △병원 식대 본인부담금 20%에서 50%로 인상 △건강보험료 6.4% 인상 등도 흑자 증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보장성 확대" vs "수가 인상"=시민단체들은 늘어난 흑자를 중증질환 지원 강화, 선택진료비 폐지, 노인틀니 등 치과 급여 확대 등에 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건보공단도 흑자를 토대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계획이다. 현재 64%에 머무르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률(비급여 포함)을 70%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
건보공단 관계자는 "아픈 사람이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는 것을 막기 위해 중증질환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급자인 의료계는 흑자가 난 만큼 그동안 너무 낮게 책정된 수가를 우선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병원협회는 22일 1차 사전 협상에서 '흑자가 큰 만큼 수가인상 폭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견을 건보공단에 전달했다. 10월 15일까지 계속될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와의 협상에서도 수가인상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의료계는 지난해 적자를 이유로 수가인상률(의원 2.3%·병원 1.5%)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불만이 컸다.
임종규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보장성 확대와 수가 인상은 아직 결정할 단계가 아니다"며 "당사자와 최종협의 과정을 거쳐 가입자, 공급자, 공익대표로 구성된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서 11월 말까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