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뒤집힌 청바지, 뒤집힌 판결

  • 입력 2008년 9월 25일 02시 55분


“성폭행하려 강제로 벗긴 흔적”

고법, 1심깨고 준강간미수 인정

택시 운전사인 최모(37) 씨는 올해 3월 오전 3시경 인천 동구의 한 맥줏집 앞에서 만취한 손님 A(26·여) 씨를 태웠다.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A 씨는 술에 취해 깨어나지 않았다. 최 씨는 A 씨의 몸을 만졌고 그래도 깨어나지 않자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이어 옷을 벗기고 성폭행을 하려다 붙잡혔고 준강간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 씨는 “A 씨가 스스로 옷을 벗었고 구토를 심하게 하는 바람에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강제추행 혐의는 인정하지만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최 씨가 A 씨의 옷을 벗겼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준강간미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벗겨진 청바지’에 주목해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기택)는 “A 씨는 평소 술을 마시면 옷을 입은 채로 자는데 사건 당일에는 꽉 끼는 청바지가 뒤집힌 채로 벗겨져 있었다”며 “가족이 건 전화 벨 소리를 듣고도 A 씨가 깨지 않은 정황 등을 종합하면 최 씨가 옷을 강제로 벗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이유로 원심을 깨고 최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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