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공제회 공사 수주한 건설업자, 2002년 대선자금 심부름

  • 입력 2008년 9월 26일 03시 01분


대우건설 불법자금 여야 전달… 정치권 친분 수사

한국교직원공제회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남 창녕의 실버타운 ‘서드에이지’의 사업권과 용지를 매입하는 데 660억 원을 투자했다가 1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본 사건의 중심에는 도급 순위 600위권의 조그마한 건설회사인 안흥개발이 있다.

이 회사의 실소유주 장모(57) 씨는 이 회사 회장을 거쳐 2003년 3월부터 현재까지 감사로 재직 중이다.

특히 장 씨는 2002년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대우건설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자금을 여야 정치권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 두 차례나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올랐다.

검찰에 따르면 장 씨는 대우건설이 시공한 모 골프장의 시행 업무를 맡으면서 남모 전 사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남 전 사장은 여야 정치권 인사와 두루 가까웠던 장 씨를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는 ‘중간 고리’로 활용했다는 것.

2002년 불법대선자금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장 씨는 남 전 사장의 부탁을 받고, 2003년 4, 5월 세 차례에 걸쳐 현금 1억 원씩 모두 3억 원을 정대철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표에게 전달했다. 정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장 씨는 남 전 사장의 부탁을 받고 한나라당에도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다. 대선 직전인 2002년 10월부터 12월 초순까지 남 전 사장이 건넨 현금 1억∼2억 원이 든 여행용 가방을 서울 모 호텔에서 한나라당 대선 캠프에 있던 서정우 변호사 측에 10차례에 걸쳐 모두 15억 원을 건넸다.

장 씨는 거액의 대출 로비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2004년 4월 부동산개발회사인 J사에 접근해 “제주도의 모 관광단지 개발을 위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500억 원을 대출받도록 해 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당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실패했던 J사는 장 씨와 접촉한 뒤인 같은 해 6월 500억 원을 대출받게 됐다.

J사가 장 씨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건넨 돈은 대출금의 10%인 50억 원. 장 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안흥개발은 2004년 7월 실버타운 사업권과 용지를 30억여 원에 교직원공제회에 넘겼다. 그러나 시행·시공사로 선정돼 관련 사업을 계속 맡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시행사에서 출발해 당시 시공 능력이 거의 없었던 안흥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된 과정이 석연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교직원공제회가 수익성이 불투명한 실버타운 사업권을 인수하고 안흥개발을 시공·시행사로 선정한 과정에 장 씨와 친분이 있는 정치권 인사가 관여했는지를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