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예정지 절반은 원형 보존키로
‘화이트 소주’를 생산하는 ㈜무학이 울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뒤 착공하기까지 무려 7년이 소요됐다. 울산공장 예정지 내의 문화재 발굴 때문이었다.
경남 마산에 본사를 둔 무학이 울산지역 소주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울산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 일원 1만9489m²에 하루 최대 100만 병 생산능력의 울산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2001년 11월.
무학은 2002년 1월 땅 매입을 끝낸 뒤 매장 문화재 유무를 알아보는 지표조사를 실시했다. 문화재보호법(제53조)에는 건설공사는 3만 m² 이상일 때 지표조사를 하도록 돼 있지만, 무학 울산공장과 같이 ‘유적 분포 예정지’는 모두 지표조사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2004년 12월까지 건축허가를 받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지표조사 결과 매장 문화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동이 걸렸다.
2005년 3월부터 울산문화재연구원이 9499m²에 대한 시굴조사에 들어가 2006년 12월까지 문화재를 발굴할 예정이었으나 발굴기관 측이 추가 발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인근 1350m²를 추가해 지난해 3월까지 조사가 연장됐다.
시굴조사 결과 이곳에서는 청동기시대 주거지(72기)와 삼국시대 석실묘 등이 발굴돼 문화재청은 2007년 5월 9990m²에 대해 원형보존 결정을 내렸다. 당초 공장을 짓기로 한 땅의 절반가량인 9499m²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게 된 것.
이 때문에 지상 2층 2개 동으로 짓기로 한 창고동과 공장동은 지상 4층 1개 동(연면적 9300m²)으로 변경했다. 소주 생산라인의 컨베이어벨트는 한 층에 길게 설치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무학 측은 1, 2층에 걸쳐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해야 할 상황이다.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을 제외하고도 문화재 발굴비용(4억8600만 원)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무학이 전액 부담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23일 기공식을 가졌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기공식에서 최재호 무학 사장에게 “문화재 발굴에 따른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울산에 공장을 짓기로 한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무학은 원형보존 결정이 난 청동기시대 환호(環濠·둘러싼 해자)와 주거지를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견학로를 설치하는 등 ‘문화재와 공존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시는 최근 울산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문화재 발굴비용 부담 주체를 사업시행자에서 국가로 변경하는 등 문화재 관련법의 불합리한 조항을 개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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