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주제별 도서추천→독후 테스트… 맞춤식 영어지도
《“영문 서적을 많이 읽었어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한 학생이나 영어 말하기·쓰기 대회에 우승한 학생은 인터뷰에서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이만하면 영어책 좋다는 건 알겠는데, 자녀에게 직접 책을 골라주자니 막막하기만 하다. 서점이나 인터넷에서 좋다고 한 책을 다사자니 해외에서 직수입한 책이라 가격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고민을 하는 학부모라면 ‘영어도서관’에 눈을 돌려봄직하다.
최근 온·오프라인 영어도서관이 진화하고 있다. 그저 영어책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전문교사를 두고 일대일 관리를 해준다. 이들 도서관은 레벨 테스트를 통해 아이의 영어읽기 능력을 진단해서 수준별 주제별로 아이에게 맞는 영어책을 추천해 주고, 책을 읽고 나면 독후활동을 도와주며, 지속적으로 독서이력까지 관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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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도서관 이용법
김상기(7) 군이 영어도서관을 처음 찾은 건 지난해 1월이다. 영어를 제대로 하려면 우리말을 처음 익힐 때처럼 듣고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 어머니 이영신 씨는 오디오북이 많은 영어도서관을 찾게 됐다. 1만5000여 권의 영어책을 갖췄다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LMP센터를 발견하자, 아이와 함께 방문해서 인터뷰를 했다. 요즘 영어도서관은 제일 먼저 레벨 테스트부터 하고 아이의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영어도서관의 레벨 테스트는 학원 레벨 테스트만큼이나 꼼꼼했다. 김 군은 따로 마련된 방에 들어가서 컴퓨터 화면을 보며 ‘SRI 테스트(미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널리 쓰이는 읽기능력 진단평가)’라는 읽기능력 시험을 치렀다. 자신의 학년을 고르고, 교통 동물 우정 등 약 10가지 주제 가운데서 관심 주제를 고르니 문제지가 나왔다. 문제는 20∼30문제로 영어책 지문 일부를 보여주고 밑줄 그은 곳에 알맞은 단어를 넣거나 주인공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유를 찾아내는 등 독해력을 평가하는 것들이었다. 김 군의 점수는 468점. 초등학교 1학년이 미국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의 수준이라고 나왔으니 상당히 잘한 셈이었다. 여기에 별도로 치른 말하기, 듣기, 쓰기 테스트 결과를 합산해서 사서교사가 추천도서를 골라줬다.
영어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모두 A∼Z로 등급이 나뉘어 있다. 김 군의 점수로는 J∼N등급의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군은 교사와 상의해서 그 가운데 어떤 책을 읽을지 매주 ‘북플랜(Book Plan)’을 짜기로 했다. 책을 읽고 나면 교사와 함께 독후활동도 한다. 책 내용에 대한 퀴즈를 풀거나, 이야기의 플롯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등의 ‘북리포트(Book Report)’를 만드는 것. 이 모든 과정은 영어로 진행된다. 그 덕분에 아들의 영어 발음이 갈수록 유창해지는 것 같아 어머니 이 씨는 요즘 마음이 뿌듯하다.
영어도서관에서는 매달 학부모에게 리포트도 제공한다. 이달에 읽은 책들은 픽션과 논픽션 중 어느 분야에 치우쳤고, 책의 수준은 어느 정도였는지 꼼꼼하게 표로 정리된 보고서다. 마지막에는 교사의 의견과 함께 다음 달에 읽었으면 하는 추천도서 목록도 적혀 있다. 김 군과 어머니 이 씨는 다음에 있을 레벨 테스트(3개월에 한번씩 봄)에서 점수가 많이 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 어떤 영어도서관이 좋을까?
오프라인 영어도서관은 주로 서울·경기 지역에 몰려 있다. 서울 압구정점, 대치점을 갖고 있는 ‘READ 101’은 책을 대여할 수 없는 대신 1시간 20분 정도 일대일 수업을 진행한다. 주 1∼4회로 횟수를 정해두고 방문하면 교사가 일대일로 토론과 쓰기 지도를 해준다.
서울 서초구청에서 만든 영어도서관인 ‘잉글리쉬 프리미어 센터’는 다른 오프라인 영어도서관에 비해 이용료가 저렴하다. 주 1회 기본 수업은 월 3만 원, 토론 수업은 월 4만 원, 유치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감각 수업은 월 5만 원이다. 장서 규모도 2만 여 권으로 풍부하다.
경기 하남시에 있는 ‘스토리가든’은 매달 주제를 정해두고 책을 읽힌다. ‘8월에는 바다, 9월에는 음식, 10월에는 농장’ 하는 식으로 주제를 정해두고 주제와 관련된 책을 읽는다. 일주일 동안 여섯 개의 과목을 듣는 ‘정규 클래스’는 △소리와 문자 연결하기 △픽션 읽기 △논픽션 읽기 △다독하기 △쓰기 △노래와 게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확인영어사에서 운영하는 자기주도학습관(FCL센터) 영어도서관은 전국에 153곳이 있지만 확인영어사 수강생들만 이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사가 책을 추천해 주면, 학생이 책을 읽고 온라인으로 책과 관련된 문제(30∼40개 문항)를 풀며 학습할 수 있다.
온라인 영어도서관은 전국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레벨 테스트도, 독후활동도 전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니 집에서 학부모가 직접 지도할 수 있다. ‘리딩플래닛’은 전국 300곳 정도의 지점에서 책을 보내준다. ‘리딩월드’는 인터넷으로 치르는 테스트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세 달 후에 레벨이 올라간다. 책을 받고 반납하는 과정이 모두 택배로 이뤄진다는 점도 온라인 영어도서관의 특징이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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