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교향악단이 시민의 사랑을 받는 국제적인 연주단체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제9대 대구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1일 취임하는 곽승(66) 씨는 최근 “어려운 시기에 지휘봉을 잡게 돼 어깨가 무겁지만 앞으로 1년 정도 지나면 대구시향의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경희대 음대 기악과 출신인 그는 재학 시절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 교향악단에서 트럼펫 주자로 활동했다.
1964년 미국 뉴욕 매네스 음악학교로 진학해 5년간 지휘법을 공부하고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미국 클리블랜드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텍사스 오스틴 심포니 상임지휘자 등을 거쳤다.
부산시향 수석지휘자,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등을 역임한 그는 국내 음악계에서 한 음도 소홀히 하지 않는 엄격함과 균형 감각으로 작품을 진지하게 파고드는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올해 5월 대구시향의 객원지휘를 한 차례 하면서 장단점을 대략 파악했다”며 “연주 단원들의 의욕과 열정은 뛰어났으나 일부 기량이 미흡한 점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클래식 애호가와 청중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만큼 이들의 기대 수준에 맞추기 위해선 대구시향의 연주 수준을 끌어 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간 국내외 유명 지휘자들이 대구시향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역 음악계는 실력과 경륜을 갖춘 그가 대구시향에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첫째도 연습, 둘째도 연습입니다. 강도 높은 연습을 할 것입니다. 테크닉은 예술의 밑바탕이죠.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해선 강도 높은 연습을 통해 완벽한 기량을 갖춰야 합니다. 대구시향이 지금까지 해온 기존 연습의 틀을 완전히 바꿀 생각입니다.”
대구시향의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 순회연주도 구상 중이라는 그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대구를 세계에 소개하는 가교로 대구시향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휘자는 교향악단으로 ‘음악을 빚어내는 사람’”이라며 “지휘자와 단원, 청중이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 마산 출신인 그는 “6·25전쟁 때 피란지인 대구에서 3년간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인연을 맺었는데 이번에 정이 넘치는 대구 시민들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시향은 21일 오후 7시 반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곽승 상임지휘자 취임 기념 연주회를 연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의 제4악장, 알비노니의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등을 들려준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