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그들’의 아픔 알기나 할까?

  • 입력 2008년 10월 2일 03시 26분


감사원 황당한 편법 채용 적발

평소 알고 지내던 고위공무원의 자녀를 취직시키기 위해 채용공고와 다른 기준을 임의로 적용해 수많은 젊은 구직자에게서 ‘공정하게 평가받을 권리’를 빼앗은 공기업 직원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1일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에서 2006년도 상반기 신입직원 채용업무를 담당했던 A 씨는 교육과학기술부 고위공무원의 딸 B 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임의로 서류전형 과정을 변경하고 필기시험 성적 순위를 바꿨다.

한국전력거래소는 당초 사무직의 경우 ‘채용 분야에 제한이 없음’이라고 공고했다. 회사의 채용 계획에도 사무직의 응시자격은 학력 전공 자격증 제한이 없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채용심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여한 A 씨는 서류전형 과정에서 이 조건을 임의로 변경해 B 씨의 전공분야와 경영, 경제, 법학, 행정학 등의 전공자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 전공자들은 다른 조건을 보지도 않은 채 탈락시켰다.

이 과정에서 사무직(5명 채용)에 응시한 1059명 중 371명이 서류심사 대상에 끼지도 못했다.

또 서류심사 과정에서 B 씨에게 유리하도록 해당 분야 전공자에게는 40점 만점을, 부전공자에게는 30점을 부여해 B 씨가 33위로 서류전형에 합격(115위까지 합격)할 수 있도록 했다.

부당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형기준은 ‘필기전형 성적순으로 최종 채용인원의 2∼5배수를 합격시킨다’고 돼 있다. 그러나 B 씨는 필기시험에서 사무직 응시자 72명 중 공동 70위를 했다. 이 사실을 안 A 씨는 당초 전형기준과 달리 전공별 합격자 수를 경영학 5명, 경제학 3명, 법학 및 행정학 3명, B 씨 전공 3명, 공인회계사 1명 등으로 임의로 정했다.

이런 방식을 동원해도 B 씨의 합격이 불가능해지자 B 씨와 같은 전공으로 필기시험 1위였던 지원자를 불합격 처리하고 대신 B 씨를 합격자 명단에 올린 것이다. A 씨는 ‘우수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조정과정을 거쳤다’고 상부에 보고하면서 다른 전공 분야에서도 필기전형 순위를 임의로 바꿔 억울한 탈락자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수습기간 평가에서 사무직 중 최하위의 성적을 보였고 기술직을 포함한 전체 신입직원 가운데서도 19명 중 17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감사원의 징계 요구에 따라 해임됐으며 교과부 고위 공무원은 올 초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보직을 받지 못하고 현재 대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A 씨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전력 거래를 하는 사업자로부터 거래수수료를 받아 운영되는 공기업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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