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대의 가을, 글발 속에 익어가다

  • 입력 2008년 10월 3일 06시 18분


‘사색과 감동’ 캠퍼스 이야기 공모전 가을의 전통 자리잡아

“때로는 장애아동과 함께 지나가던 길에 이 아동이 ‘엄마∼’라고 불러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장애아동들의 진정한 언어치료사가 되고 싶습니다.”

대구대 언어치료학과 4학년 신시내(22·여) 씨는 ‘스물두 살의 어린 엄마’라는 제목의 글에서 특수학교 학생을 지도하면서 겪은 캠퍼스 이야기로 최근 교내에서 열린 ‘대구대 이야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신 씨는 이 글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생이 된 이후 발달장애아동에게 언어치료를 하면서 느낀 좌절과 희망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그는 2일 “대학 4년의 생활을 글로 써 보니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단지 직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를 겪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언어치료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구대가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을 글로 표현하도록 한 교내 글쓰기 공모전이 갈수록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행사가 처음 열린 것은 2006년 10월. 가을 분위기에 맞춰 글쓰기를 해보면 자연스럽게 표현능력을 키울 수 있는 데다 애교심까지 덤으로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대학 측이 받아들였기 때문.

일반적인 주제로 공모전을 하면 학생들이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있어 캠퍼스 생활을 담아보도록 했다. 분량은 A4용지 두세 쪽.

첫 공모전부터 3회째인 지금까지 매년 100여 편이 모였다. 대학 측은 응모작 가운데 내용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인지, 진부하지 않고 참신한 것인지 등을 심사해 우수작을 뽑아 시상한다.

올해도 14편을 선정해 대상 50만 원 등 총 210만 원의 상금을 줬다. 대구대는 우수작을 모아 책으로도 펴낼 계획이다.

우수상을 받은 국어교육과 4학년 서일선(22·여) 씨는 ‘느림의 미학’이라는 주제의 글에서 최근 퇴임한 교수에 대한 뒤늦은 존경심을 피력했다.

서 씨는 “학생들을 위해 깊은 열정을 보여 줬는데도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해 무척 아쉽다”며 “퇴임하셨지만 우리의 가슴에는 영원한 은사님으로 남아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공학자인 이용두 총장도 글쓰기 공모전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 총장은 “어떤 내용이든 글로 표현해 내는 능력은 전공에 관계없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 글쓰기가 대구대의 가을을 알리는 전통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이 대학 교육혁신평가원 소영진(도시행정학과 교수) 원장은 “글의 내용과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며 “캠퍼스에 글쓰기 분위기가 넘치면 학생들의 취업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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