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일부 간부들이 주경복(건국대 교수)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빌려준 것뿐 아니라 선거대책본부에서 중책을 맡아 선거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을재 전교조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6월 26일 주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고, 이날 전교조 기관지인 ‘교육희망’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주경복 선거본 집행위원장’이란 직함으로 소개했다.
이 국장은 인터뷰에서 “주경복 후보는 진보적 시민단체, 사회단체와 함께 교육평등권을 확대하고 교육양극화 해소를 이룰 유일한 후보”라고 말했다.
주 후보 측이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선거비용 지출 명세에 따르면 이 국장은 7월 5, 7, 26일 세 차례에 걸쳐 7000만 원을 주 후보에게 빌려줬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국장이 선거 당시 집행위원장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주 후보에게 1억5000만 원을 빌려주었다고 신고한 윤희찬 전교조 서울지부 총무국장도 선대본 상황실장을 지냈다.
윤 국장은 촛불시위 과정에서 연행됐다가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공무집행방해)로 6월 28일 구속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지난달 9일 풀려났다.
그는 면회를 온 자녀를 통해 6월 30일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 글을 올리면서 “저는 주경복 후보(서울교육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의 상황실장”이라고 소개했다. 7월 28일자 한 일간지 광고에는 “주경복 후보 선대본 상황실장, 촛불시민 윤희찬을 즉각 석방하라”는 문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국장과 윤 국장은 해직교사여서 조합원 신분은 아니지만 전교조에서 급여를 받는 상근직원이다. 전교조를 휴직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 후보의 선대본에서 일했다면 교육감선거에 교원단체의 관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
한편 주 교수는 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엄청난 규모의 선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주변의 도움을 받았으나 회계책임자가 교사단체 이름으로 전달한 돈은 없었고 개인적 차원에서 도왔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또 “전교조 교사들이 3억 원을 지원했다는 기사를 보고 많은 액수라 놀랐지만 3억 원은 전체 선거자금의 10%밖에 되지 않는다”며 “공권력에 의해 표적수사가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