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책과 정보가 가득 차 있으리라'는 환상, 그러나 '막상 찾으러 갔을 때는 실망만 하고 돌아온다'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대학 도서관은 책이 아닌 빡빡한 칸막이 독서실 책상으로 가득 차 있고, 도서관 주변은 학생들이 피운 담배꽁초와 각종 취업 정보지들로 어지러운 것이 일반적인 대한민국 대학의 현실이다.
더구나 최근 진행된 인터넷 혁명으로 도서관 사서들조차도 '도서관의 종말'이라는 표현을 자연스레 입에 올릴 만큼 도서관의 미래는 어둡게 묘사되기 일쑤다. 실제 고급 연구자들까지도 인터넷 검색창을 활용해 리포트는 물론 학술논문까지 작성할 수 있게 되자, 자연스레 대학도서관은 토익공부나 시험을 앞두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학습공간으로 기능을 축소한 것이 사실이다.
2008년 5월13일에 개관한 연세·삼성 학술정보관은 대학도서관에 대해 갖고 있던 이 같은 편견을 단숨에 깨어버릴 정도로 미래 도서관의 화두를 제시한 역작(力作)으로 손꼽힌다. 이미 국내 도서관 관계자들 사이에서 "도서관을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연세대 도서관에 가봐야 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하드웨어 적으로 최첨단,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9년의 준비기간, 총 621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도서관을 벤치마킹했지만 오히려 우리가 가장 첨단일 것이라고 자부합니다."(김미정 기획홍보과장)
지하 3층 지상 6층 연면적 3만3000m²(약 1만 평) 규모로 지어진 연세·삼성 학술정보관은 기존의 연세 중앙도서관 뒤편으로 지하통로로 연결되게 설계됐다. 구 도서관을 그대로 놔두고 신 도서관을 하나 더 신축한 셈이니 규모는 총 5만2000여m²(약 1만6000평)으로 국내 최고수준이 된다.
외형만으로 따지고 보면 이 정도 규모의 도서관은 국내외적으로 깜짝 놀랄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연세·삼성 학술정보관의 장점은 이제껏 개념상으로 논의되던 '유비쿼터스'적인 IT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최초의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 지하 1층 입구로 들어가면 신구 도서관의 연결통로이자 통합서비스 창구 역할을 하는 U-라운지가 기다린다. 보통 이 같은 공간은 학생들의 휴식터이자 대출도서의 반납 창구로 활용되는 것이 고작이다. 유비쿼터스 도서관은 무엇보다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학내 전 지역에 이미 무선 랜이 연결돼 원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편리하게 접속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이 모든 정보의 중심 허브 역할을 하기에 학생들이 가장 편리하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김상범 관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