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금발 머리의 외국인 여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 정치 선거제도를 비롯한 외국의 선거제도 사례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었다.
이날 수업은 비례대표제, 단순다수제의 비교 분석을 중심으로 강의가 펼쳐졌다.
학생들은 귓속말로 “외국인 교수가 한국 정치에 대해 저렇게 잘 알 수 있느냐”며 놀라워했다.
한국 사람만큼이나 한국의 정치 실정을 잘 아는 외국인 여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인하대 정치외교학과의 독일인 하이케 헤르만스(41) 교수.
그는 지난해 인하대 교수가 된 뒤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 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강의를 듣고 있는 구자왕(26·정치외교학전공 4년) 씨는 “헤르만스 교수님은 학생들을 배려해 쉬운 영어를 사용하면서도 한국의 정당정치에 대해 잘 설명을 해 줘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김보람(21·아태물류학부 2년) 씨는 “첫 수업시간에 한국 정치를 한국인보다 더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각국의 정치 현황을 잘 설명해 줘 수업 분위기가 늘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는 1988년 한국에 처음 왔다. 아버지의 사업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 1990년대 중반에는 학생 신분으로 고려대와 연세대를 다니면서 한국 정치에 심취했다.
“한국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 사회적 모순이나 정권의 실정에 대해 어김없이 자신들의 뜻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한국 학생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으면서예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학생 스스로 거리로 나서거나 집회를 통해 사회적 이슈를 논하고 불합리한 것을 바꾸려는 그들만의 힘겨운 싸움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
그는 “그 당시 학생들의 모습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요즘 상당수 한국 학생은 사회적 이슈에 냉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헤르만스 교수의 눈에 비친 요즘 한국 학생들은 그때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업시간에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은 큰 차이를 보여요. 한국 학생은 다소 소극적이지만 외국인 유학생은 무척이나 활발합니다. 토론을 주로 하는 제 수업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의 발표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느껴요.”
그는 석사과정에서 동아시아 정치를 공부했는데 중국 일본이 아니라 한국을 선택했다.
3개국을 오가면서 그는 한국인들이 매우 친절하다는 것을 느꼈다. 항상 말을 먼저 건네고 미소를 짓는 한국인들에게 호감이 갔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낯설어 중국행을 포기했다.
헤르만수 교수는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 위해 좀 더 깊이 있게 한국 정치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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