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덕밸리 이야기<5>한국생명공학연구원 스마트…

  • 입력 2008년 10월 9일 06시 12분


피 한방울 ‘툭’… 간기능 수치 ‘좍’

A 씨는 밥 먹고 일하고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운동하는 등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사이 A 씨의 질병정보는 쉼 없이 휴대전화를 통해 병원으로 날아가 분석되고 있다.

A 씨는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의사의 통보를 받아도 굳이 피서지에서 짐을 꾸릴 필요가 없다. 개인휴대정보기(PDA)를 통해 원격화상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는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 법하지만 ‘내 손 안의 병원’은 이미 코앞에 다가와 있다.

▽피 한 방울로 나 홀로 간기능 검사=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2007년 ‘스마트 바이오칩’을 개발해 유비쿼터스 헬스케어의 첫발을 내디뎠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최고 브랜드 프로젝트(Top Brand Project)’의 하나이다.

‘스마트 바이오칩’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효소, 항체 등을 분석해 건강상태를 알아내는 일종의 생체 감지기이다.

현재는 일단 간기능 검사만 가능하다. 임신진단 키트로 여성 스스로 임신 여부를 알아내듯 스스로 간기능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엔 과도한 음주문화로 유난히 간질환 환자가 많아 이 분야의 연구부터 시작했다”는 것이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병원에서 간기능 검사를 하려면 꽤 많은 양의 혈액을 채취해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 바이오칩을 활용할 경우 한 방울만 필요하다.

이 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단 이창수(공학박사) 선임연구원은 “병원의 간기능 검사 장비는 광학적 방법을 쓰기 때문에 장비도 커야 하고 많은 혈액이 필요하지만 스마트 바이오칩은 전기화학적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거대한 장비도 필요 없고 혈액도 한 방울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심근경색, 각종 암도 사전 감지 가능=스마트 바이오칩에 혈액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센서가 이를 분석한 뒤 휴대전화 커넥터를 통해 휴대전화 창에 간기능 상태를 나타내 준다. 휴대전화 창에는 GOT, GPT 수치와 함께 ‘정상입니다’ 또는 ‘병원에 갈 필요가 있습니다’ 등의 안내문이 뜬다.

연구원은 2012년까지 스마트 바이오칩을 활용한 간기능 검사를 상용화하는 한편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각종 암과 심근경색, 노화의 징후 등을 미리 알아낼 수 있도록 연구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테면 심근경색의 경우 심장근육이 파괴되기 시작하면서 나오는 트로포닌 단백질과 근육손상 호르몬으로 사전 감지가 가능하다.

또 혈액에 이어 타액(침)과 인료(오줌) 등을 통해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정봉현 바이오나노연구단장은 “현재 가톨릭대 의대와 협력해 각종 질병의 발병 정보를 미리 나타내주는 다양한 ‘마커’를 개발하는 한편 생명공학(BT)과 정보기술(IT)에 나노기술을 융합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1985년 KAIST 부설 유전공학센터로 출발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생명공학 첨단연구 및 기반기술 개발 보급, 생명공학 산업화 지원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영훈 원장은 “융합연구를 통해 바이오 소재, 바이오 신약, 바이오 정보의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덕연구단지 내의 연구소와 벤처 기업에 관련된 것으로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거나 이 시리즈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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