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와 사귀다가 헤어지면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이 오래가고 허무감이 남았다. 어차피 결혼할 것이 아니라면 헤어질 때 상처받지 않는 ‘일회용 만남’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달에 두세 번 나이트클럽에 간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춤도 추고 거기에 ‘원나잇스탠드’(처음 만난 남녀와 성관계를 갖는 것)까지 가능하다. 비슷한 생각으로 오는 여자도 많다.”(20대 회사원 이모 씨)
IP세대의 남녀는 ‘뜨겁게(hot)’ 만나 ‘쿨(cool)’하게 헤어지는 것이 특징.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수단은 이들에게 큐피드의 화살이다. 문자팅, 폰팅, 채팅 등의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설익은 만남이 이뤄진다.
이들은 남의 시선이나 성 의식에도 구속되지 않는다.
이화여대 건강과학대 신경림 교수팀이 지난해 전국 대학생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생 10명 중 4명은 애정 없는 상대와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캠퍼스 커플을 선호하는 것도 달라진 사랑 풍속도다. 구인구직 포털업체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9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8.9%에 이르는 470명이 ‘캠퍼스 커플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이들 중 78.7%는 ‘앞으로도 캠퍼스 커플을 사귈 용의가 있다’고 응답했다.
같은 학과의 이성과 두 번 교제했던 대학 4학년 권모(27) 씨는 “뒷말도 있었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며 “학교생활을 하며 항상 같이 지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쿨’하게 헤어졌기 때문에 헤어진 이성과 ‘연인’에서 ‘친구’로 새롭게 관계를 맺는 사람도 많다. 직장인 이모(26·여) 씨는 “3년 사귄 남자 친구와 헤어진 뒤에도 서로 꾸준히 연락하고 종종 만난다”며 “예전처럼 가깝게 지내지는 않지만 누구보다도 나에 대해 잘 아는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IP세대들은 솔직하고 당당하지만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며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행동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성숙한 인간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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