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차이나타운 120년’ 한눈에 본다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7시 10분


1882년 임오군란 직후 형성된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화교들의 생활용품이 처음 공개된다.

인천화교협회가 구한말의 옛 중국영사관 접견실을 ‘화교 생활박물관’으로 꾸며 11일 ‘인천 화교 100년사 자료 특별전’을 연다.

전시 자료들은 협회와 화교들이 창고에 보관해 오던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사진 수백 점과 통장, 건축도면, 교과서, 악기, 경극 용품, 신분증 등이다.

8일 자료 정리 작업이 한창인 옛 중국영사관 접견실. 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 현관엔 접견실임을 알리는 ‘萬國衣冠(만국의관)’이란 큼직한 한문 글씨 현판이 걸려 있었다.

내부는 큰 홀과 작은 방 등으로 나눠져 있다. 정면엔 중국에서 재물 신으로 숭상 받고 있는 유비, 관우, 장비 등 삼국시대 장수 3명의 초상화가 사람을 반겼다. 초상화 앞에는 ‘天后聖母(천후성모)’란 글씨가 있는 향로와 촛대가 놓여 있었다.

홀 중앙엔 중국 전통예술인 경극 때 사용한 모자, 가면, 의상과 얼후(二胡) 등 악기, 빵 만드는 나무 도구가 전시돼 있다.

작은 방은 중국 국민정부 시대 국부(國父)인 쑨원(孫文·1866∼1925)과 관련된 기록물로 가득했다. 화교들이 소장하고 있던 1911년 신해혁명 전후의 사진 100여 점과 친필 복사본 등 쑨원 관련 자료만 정리해 놓았다.

청관거리(차이나타운의 옛 이름)의 풍경을 담은 기록물도 많다. 1931년 완바오 산 사건(중국 지린 성에서 일어난 조선인과 중국인 농민 간의 유혈사태) 직후 인천에서 시작된 중국인 배척운동 때 피난 중이던 화교들의 모습을 생생히 담은 사진이 눈길을 끈다.

그 외 1910년대 화교들이 사용한 교과서, 일본 18은행 통장과 어음, 손으로 작성한 차이나타운 지도, 매장 인증서, 1960년대 발행된 외국인 신분증이 전시돼 있다.

인천화교협회 필명안 회장은 “인천 차이나타운의 역사를 알려주는 자료들만 모아 첫 전시회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옛 영사관 접견실을 화교 역사 상설전시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전시관 바로 옆에는 1901년 개교한 화교학교인 ‘중산학교’와 차이나타운 내 가장 오래된 가옥(100년 전 건축)이 있다.

한편 인천 중구는 11일 자장면축제를 열면서 차이나타운을 중국풍으로 새롭게 가꾸기 위한 ‘중국어 마을 비전 선포식’을 연다. 이 지역은 관광특구와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돼 있어 중국 테마거리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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