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없어져야” “정부에 맞설것” 강경 주장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고 있던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 2차로 도로에서는 한눈에도 앳돼 보이는 청소년 20여 명과 중년의 학부모 10여 명이 대치하고 있었다.
“일제고사에 매여 있긴 제 인생이 너무 소중해요.”
“학생 여러분! 학교로 돌아가세요.”
청소년들은 ‘무한경쟁,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 모임 Say, No’ 소속이며, 건너편 학부모들은 청소년들의 등교 거부를 막으려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회원들이다.
스스로 학교를 다니지 않는 ‘탈학교 청소년’이라고 밝힌 한 청소년은 마이크를 잡고 “학생을 무한경쟁으로만 몰아붙이는 학교가 왜 필요하냐. 이제 학교는 없어져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심지어 “건너편에 있는 학사모 회원들, 제발 정신 차리고 집에 들어가서 편히 쉬세요”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일부 청소년은 듣기 거북한 이런 말들에 킥킥거리면서 박수와 야유를 보냈다.
건너편 학사모 회원들은 10대들의 무례한 행동에 난감해하면서도 애써 참는 표정이 역력했다.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배치된 경찰이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학부모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일부 여학생은 “당신들이 시험 보느냐. 시험은 우리가 본다. 꺼져라, 우리도 사람답게 살게 해 달라”고 외쳤다.
어린 학생들의 ‘막말’ 공세에 주변의 많은 사람이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행여 봉변을 당할까봐 나서지 않는 것 같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일부 학부모단체 등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학생 인권유린’ 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지만 어른들이 어린 학생들을 이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청소년을 공부하는 기계이자 성적의 노예로 만들고 삶을 파괴하는 MB정부에 맞서겠다” “획일적인 성적과 등수로 인생을 압박하는 세상에 맞서 싸우겠다”는 등 이날 청소년들이 쏟아낸 주장들은 과연 누구에게 배운 것일까.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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