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 전쟁’
제외된 퍼블릭-제주 골프장 ‘비상’
‘할인 경쟁’
“요즘 그야말로 ‘부킹 전쟁’입니다. 밀려드는 주말 예약 때문에 수화기를 내려놓아야 할 처지입니다.”
휴일인 12일 골프 내장객이 만원을 이룬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골프장의 한 직원은 “골프 시즌이기도 하지만 그린피 인하 이후 주중, 주말 구분 없이 골프 내장객이 꽉꽉 찬다”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날 오전 3개팀이 단체 골프를 즐긴 일본인 관광객들은 경기진행 요원에게 “한국 골프장에는 왜 이렇게 골퍼가 많으냐”며 놀랄 정도였다.
조세감면특별법 개정에 따라 1일부터 수도권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비회원 그린피가 3만∼5만 원 일제히 내리면서 전국의 골프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방 회원제 골프장엔 내장객이 부쩍 늘어나는 반면 그린피 인하에서 제외된 수도권 골프장과 퍼블릭 골프장은 비상이 걸렸다. 이번 인하와 무관한 ‘골프 천국’ 제주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북적거리는 회원제 골프장
부산 아시아드골프장의 경우 비회원 그린피가 주말은 18만5000원에서 15만 원으로 3만5000원, 주중은 15만5000원에서 11만 원으로 4만5000원 내렸다. 회원들은 주중, 주말 구분 없이 아예 그린피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주중 골프 내장객이 지난해 말의 경우 수용인원(27홀 129팀 기준)의 60%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95% 수준으로 늘었고 주말은 100% 상태다.
이날 3팀으로 단체경기를 즐긴 한 비회원은 “팀당 14만 원 이상 저렴해진 데다 3팀의 할인가격으로 1팀을 더 추가해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드골프장 전광조 사장은 “그린피 인하 이후 주중에 여성고객이 대폭 늘어나 경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중과 주말 비회원 요금을 각각 2만5000원 내린 전남 함평군 함평다이너스티 골프장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내장객이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인접한 골프장들도 그린피 인하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퍼블릭 골프장인 전남 담양군 창평골프장은 13일부터 주중 10시 이전에 티업을 하는 내장객의 18홀 그린피를 6만3000원에서 8000원 깎아주고 매주 월요일을 ‘도우미 없는 날’로 정해 요금 부담을 줄였다.
전남 영암군 아크로골프장도 13일부터 요일, 시간대별로 요금을 1만∼2만 원 낮췄다.
아크로골프장 관계자는 “회원제 골프장이 가격을 내림으로써 퍼블릭 골프장도 고객 유치를 위해 자구책으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전 인근 3개 퍼블릭 골프장은 평소 2주 전 예약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1주 전 부킹도 가능하다.
제주 역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주지역은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시행에 따라 2002년 4월부터 골프장 그린피를 인하해 당시 1인당 평균 그린피가 2만7000원 정도 할인됐다.
이에 따라 2001년 제주지역 골프장 이용객은 57만2000명에서 2002년 70만1000명으로 늘었고 2006년엔 101만7000명으로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골프장도 2002년 9곳에서 올해 26곳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번 그린피 인하로 지역경제에 타격이 예상되자 가격경쟁을 위해 골프장에 6만∼8만 원인 카트 이용료를 4만 원으로 내리도록 권고했다.
서귀포시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제주지역 골프장 증가, 비수도권 세금감면 등으로 골프장이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