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는 北남침’ 명확히 해야”
좌편향 논란을 빚은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국사편찬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객관적으로 서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고교 한국근현대사교과서 6종에 대한 분석을 의뢰받은 국사편찬위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교과부에 제출했다.
교과부가 이날 공개한 국사편찬위의 보고서는 전체적인 서술 방향을 제시하며 사실상 교과서 수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교과부가 분석을 요구한 교과서의 개별 표현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지 않았다.
교과부는 이달 말까지 교과서 발행사에 교과부가 자체적으로 만든 수정안을 주고 다음 달 말까지 수정 작업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편향성 대신 공정성 강조=국사편찬위가 이날 교과부에 제출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6종) 검토 및 서술 방향 제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8월부터 중진 학자 10명으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심의협의회가 6종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다.
국사편찬위는 이 보고서에서 “역사의 특성상 사실 선택이나 해석이 편차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교과서의 경우에는 교육 내용과 수준의 편차가 크게 날 경우 학생과 평가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역사 해석의 편향성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국사편찬위는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 방향으로 전체적인 개관 12개 항목과 단원별 서술 방향 37개 항목 등 총 49개의 항목을 제시했다.
서술 방향 개관으로 △특정 이념이나 역사관에 편향되지 않고 우리 역사를 객관적이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게 서술할 것 △연구자들 간에 해석을 달리하는 내용일 경우 학계에서 널리 인정하는 이른바 정통적인 학설을 수록할 것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이 다양할 경우에는 각각의 해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균형 있게 제시할 것 △학문적 교육적 이념적으로 논란이 많은 점을 감안해 사실에 대한 평가보다는 객관적 사실 중심으로 서술할 것 등을 제시해 타당성과 공정성을 지키도록 했다.
또 ‘우리 역사의 주체적인 발전 과정을 중시하며 민족사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을 갖도록 한다’는 개관 항목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지 말고 발전 성과를 충분히 서술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시대별 서술 방향에 대해서는 근대사회의 전개, 민족 독립운동의 전개, 현대사회의 발전 등 3개 단원으로 나눠 제시했다.
특히 좌편향 논란이 집중된 현대사회의 발전 단원에 대해 특정 국가나 이념에 치우친 편향된 시각을 지양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 등을 강조할 것을 지적했다.
북한에 대한 서술 방침도 제시하면서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할 것 △북한 사회의 비판적인 면도 함께 서술할 것 등을 요구했다.
▽다음 달까지 수정 완료=교과부는 국사편찬위의 보고서가 사실상 일부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보고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교과부는 근현대사 전공 교수, 교감, 교사 등 15명으로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교과서 개별 표현에 대한 검토 작업을 시작했다. 부처와 기관 등에서 수정을 요구한 항목 가운데 중복과 단순 오류를 제외한 100여 곳의 표현이 검토 대상이다.
교과부는 100여 곳의 표현에 대해 구체적인 수정 범위와 표현 등을 규정한 자체 수정안을 만들어 이달 말까지 교과서 집필진에 전달할 예정이다. 11월 말까지 수정과 인쇄를 마쳐 내년 3월 일선 학교에서 수정된 교과서를 쓰게 한다는 방침이다.
집필진이 수정을 거부하면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교과부가 직권 수정이나 검정합격 취소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직권 수정은 전례가 없고, 검정교과서 수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큰 상황이어서 교과부는 최대한 집필진을 설득해 수정안을 받아들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