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일강제합방 부당성 세계에 호소’ 편지 발견

  • 입력 2008년 10월 17일 03시 03분


도산 선생 주도 단체 “日은 노예 거부한 한국인들 죽이고…”

“부조리하고 잔혹하며 살인적인 정책의 실현을 위해…일본은 정식 절차나 근거 없이 한국을 사랑하고 일본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한 한국인을 죽이고 감금하고 있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주도한 해외 독립운동단체인 대한인국민회가 1910년 한일강제합방 직전 세계 각국에 그 부당성을 호소한 영문 편지가 처음 나왔다.

정상수 명지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16일 “국사편찬위원회가 복사해 보관하고 있는 독일 외교부 정치문서보관소 소장 한국 관련 외교 문서를 판독하는 과정에서 대한인국민회가 1910년 8월 6일 독일 황제에게 보낸 편지와 친필 편지 봉투를 발견했다”며 “8월 22일 한일강제합방이 조인되기 전까지 해외에서 그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있었음을 실증하는 사료”라고 밝혔다.

그동안 대한인국민회가 서구 열강에 편지를 보낸 사실만 알려져 있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 실물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대한인국민회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4쪽짜리 이 영문 편지에서 강제합방 과정이 국제법을 위반해 조약 효력이 없으며, 일본이 세계를 대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을 점령했다는 제국주의적 속성을 간파해 세계에 알리려고 했다.

이 편지에는 영문 이니셜로 서명한 5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대한인국민회 연구자인 김도훈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조사과장은 “그중 4명의 이름이 확인되며 독립운동가 윤병구 황사용 이대위 목사, 최정익 선생”이라고 말했다. 도산은 당시 미국에 없었다.

대한인국민회는 이 편지에서 “현재 한국이 처한 무시무시한 상황이 세계에 알려져야 한다”며 “일본이 엄숙한 조약 의무를 위반하고…한국을 합병하려는 팔을 뻗치고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대한인국민회가 한일병합의 부당성을 호소한 편지 전문의 번역문

샌프란시스코에서 1910년, 8월 5일.

가장 자비로우신 폐하, 독일 황제께.

<도착 1910년 8월 23일>

대한인국민회는 한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조직으로, 미국, 멕시코, 하와이, 러시아 제국의 동부의 여러 관련 조직들을 대표합니다.

미국, 멕시코, 하와이, 러시아 제국 동부에 거주하는 우리 한국인들은 말과 글이 일본의 검열에 의해 제한되고 있는 1300만 우리 동포들의 정서를 호소합니다. 자유와 정의와 인도주의의 이름으로 겸손하게 왕에게 다음의 사실을 알립니다.

작금의 한국의 무시무시한 상황은 세계에 알려져야 합니다. 일본은 엄숙한 조약 의무의 위반하려 하며 이제까지 가장해온 가면을 벗어던지고 공개적으로 한국을 합병하려고 팔을 뻗치고 있습니다. 이런 목적을 위해 일본은 우리 땅을 물리적으로 점령하기 위한 칼의 군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통치하는 황제를 물러나게 하고, 고뇌에 지친 채 일본의 통치와 관리와 법을 원하지 않은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 부조리하고 잔혹하고 살인적인 정책의 완성 속에서 일본은 대담하게도 전쟁을 수행하려는 결심을 드러냈습니다. 정식 절차나 근거 없이 나라를 사랑하고 일본의 노예의 멍에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사람들을 죽이거나 감금하고 있습니다.

이 두려운 비극 속에서 대한인국민회는 가장 순수하고 신성한 애국주의와 인도주의의 동기에 의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괴물 같은 부정의와 살인적인 일본 정부의 정책에 맞서 호소합니다. 분명히 이 지구상에 동정과 도덕적인 지지를 해주는 국가의 힘이 있을 것이라고. 일본이 조약 권리를 위반한 것과, 오래되고 평화롭고 공격적이지 않은 제국(한국)의 국가 주권을 비인간적으로 파괴한 것에 대항해 분개로 항의하는 국가의 힘이 있을 것이라고.

모든 문명화된 나라에서 내는 공적인 목소리는 선(善)을 위한 강력한 힘이 됩니다. 이 힘들이 조직화되고 유도된다면 국가적 범죄가 주목받지 않은 채 지나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일본은 스스로 문명화되고 계몽화되고 진보됐음을 공언합니다. 그리고 최초로 가장 진보된 세계의 나라가 되기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위대하고 존경스럽고 도덕적인 세계적 힘을 감히 거부하거나 경멸하지 못합니다. 이는 우리가 시련과 암흑의 시간을 지내며 당신들의 동정심과 도덕적 결과를 갈구하게 합니다. 야만적이고 무지한 유산을 바라보는 오늘날의 위대한 나라들의 눈은 혼란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은 이해해야 합니다. 자신들이 문명화된 세계의 공적인 목소리를 존중해햐 한다는 것을. 이 국가적 공적 목소리는 그 국가의 정부 형태가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평화를 위한 것이고 전쟁을 막으며 작고 약한 국가의 주권과 권리를 보전합니다.

일본의 동기는 이기적이고 무자비한 것이며 그것은 비밀이 아닙니다. 그 결과는 극단적이고 광범위합니다.

일본은 비교적 빈약한 나라입니다. 그들의 자원은 그들의 커다란 스케일의 공격적인 전쟁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대기에 충분하지 못합니다. 일본 정부는 커다란 국가적 채무를 지고 있습니다. 그사이 국민들은 징발에 가까운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런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무자비한 군사적 공격으로 다른 나라를 확보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그들의 재정과 자원 고갈을 해소하고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불운한 한국에게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일본은 한국이 광대한 자원을 보유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의 고대 제국이 개발되지 않은 자원들로 인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유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그들의 빈 상자를 다시 채우기 위해, 전쟁같은 공격성의 살인적인 정책을 수행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돈을 얻기 위해 한국을 정복하고 이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은 파괴되고 부유하고 광대한 금광이 빠른 속도로 개발됐습니다. 일본은 부유하고 강합니다. 문명화된 지구상의 모든 국가에 일본은 현실적인 위험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비극에 동정하는 모든 나라의 관심과 이 실질적인 본성이 돼 일본이 인류를 적으로 만드는 정책을 수행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이 환경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조국에 행해지는 괴물같은 잘못에 주의를 돌리게 할 구실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모든 문명화된 사람들의 도덕적인 지원과 항의를 바랍니다. 한국의 비극을 즉각적이고 이해심 많게 고려해줄 것을 황제에게 겸손히 바라고 애원합니다. 나아가 한국과 독일 조약의 조항에 따라 독일의 도움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간절히 필요한 일입니다.

폐하의 건강과, 영광스럽고 평화로운 통치를 기원합니다.

윤병구

황사용

이대위(데이비드 리)

이름이 확인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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