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비용 걱정은 두고 열정만 갖고 떠나라”

  • 입력 2008년 10월 17일 06시 57분


대경대, 1인 1000만원씩 50명 해외연수 지원

전공 열의 높고 형편 어려운 학생 80% 선발

“자식 뒷바라지하는 부모 심정으로 해봅시다.”

경북 경산시에 있는 대경대는 최근 재학생 4500명을 대상으로 ‘학교가 무엇을 해주면 좋겠는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해외 연수’가 단연 1등이었다.

대학 측은 회의를 거듭해 “학교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면 학생들도 연수 기회를 자신과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지 않겠느냐”는 결론을 모았다.

이렇게 나온 것이 ‘대경 더블 플러스 co-op(산학협력) 장학’ 프로그램. 경비에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공부해보라는 뜻에서 항공료와 기숙사비, 교육비 전액인 1인당 1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대학 측은 연말까지 50명을 외국의 자매대학 등에 보내기로 하고 5억 원을 마련했다. 11개 학과 24명이 최근 호주 멜버른으로 떠난 데 이어 조만간 26명이 갈 예정이다.

올해는 호주에 보낸 뒤 점차 파견지를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50명 가운데 학점이 좋은 성적우수자는 10명뿐이고 나머지는 학점은 좋지 않지만 전공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실력을 키울 잠재력이 있는 학생,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중에서 선발했다.

학생들은 10주 동안 영어와 전공 공부를 집중적으로 한다. 올해는 멜버른에 있는 4개 전문직업학교에서 전공 연수를 하면서 견문을 넓힌다.

국제관광과 2학년 이상희(21·여) 씨는 “한 달이라도 외국유학을 해보고 싶었지만 비용도 걱정인 데다 대개 성적우수자에 한정된 경우가 많아 기회가 없었다”며 “나 스스로가 변화하도록 알차게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과 1학년 김민호(20) 씨는 “전공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기술은 전공 학생이면 대부분 별 차이가 없겠지만 세상을 보는 안목은 차이가 클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경대는 내년에는 이 장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을 200명 선으로 늘릴 방침이다.

20억 원이 필요한 대규모 장학사업이지만 돈 걱정보다는 이 프로그램으로 학생과 대학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앞선다는 것.

대학 측은 자체 예산에다 정부에서 받는 각종 지원금을 더해 장학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도입한 이유는 그동안 쌓은 ‘산학협력 교육과정’을 국제적인 교육으로 연결해 실력 있는 대학으로 가꾸고 싶기 때문이다.

대경대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전국 대학 취업률에서 졸업생 2000명 미만 대학으로서는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유진선 학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직업전문학교를 둘러볼 때마다 전공별로 국제적 흐름에 얼마나 민감하게 대처하면서 실력을 키우느냐가 정말 중요한 시대라는 것을 실감한다”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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