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 들어가는 걸 봤다.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
이런 전화 한 통에 ‘제 발이 저린’ 공직자 10여 명이 수백만 원씩을 송금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시·군청, 공단, 정부 산하 연구소 등 공공기관 직원에게 무작위로 협박전화를 건 뒤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상습공갈 등)로 김모(61) 씨 등 2명을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8월 중순 충청지역 모 군청 A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여자와 모텔에 들어간 증거가 있다. 돈을 송금하지 않으면 직장과 집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3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7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비슷한 전화를 받고 돈을 보낸 피해자는 A 과장을 포함해 13명으로 금액은 37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두 공공기관의 계·과장이나 부장급 직원이었다.
김 씨 등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름과 직책,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골라 전화를 걸었다. 피해자들은 단 한 통의 협박전화를 받고서 바로 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불륜은) 전혀 사실 무근이지만 공직자 신분으로 괜히 시끄러운 일에 연루될 것 같아 돈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