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중국산 따오기 1쌍 각방 쓰며 한국생활 적응중

  • 입력 2008년 10월 20일 07시 03분


“우려와는 달리 아주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5년생 따오기 수컷 양저우(洋洲)와 암컷 룽팅(龍亭)의 증식을 책임진 경북대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 박희천 교수는 19일 따오기의 근황을 이렇게 전했다.

이들 따오기 부부는 17일 오후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해 경남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 둔터마을 따오기 복원센터로 옮겨졌다.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양저우와 룽팅은 각방을 쓰고 있다. 이들이 생활하는 우리 한 개의 크기는 가로 세로 각각 12, 10m이며 높이는 4m다.

박 교수는 “따오기가 장시간 이동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예민한 상태”라며 “암수를 함께 넣어두면 싸울 가능성이 있어 일주일 정도 지난 뒤 합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니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그릇에 담아 준 특수사료는 물론 우리 내의 작은 습지에 넣어 둔 미꾸라지를 먹는 모습도 보였다”고 전했다. 이들 따오기의 급식시간은 오전 8시와 오후 2시다. 이들의 모습은 당분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따오기의 증식이 진행될 ‘우포 따오기 복원센터’는 둔터마을 2만3500m²에 자리잡았다. 우포 늪 인근의 조용한 곳이며 원래 마을이 있던 자리. 최근 완공된 건물은 연면적이 441m²로 검역동과 번식동 부화동 등이 마련됐다.

우리는 모두 9개. 따오기 부부가 알을 낳아 번식할 것에 대비한 것이다.

앞으로 연구동과 자료관, 야외체험장 등이 들어선다. 복원센터 조성 예산은 모두 65억여 원.

주변의 숲들은 깨끗하게 정비했다. 매 독수리 살쾡이 족제비 너구리 구렁이 등 따오기 천적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 15일부터 외부인의 출입은 통제하고 있다. 곳곳에 폐쇄회로(CC)TV도 설치됐다.

박 교수의 지휘로 경북대 김태좌(39) 차재석(32) 연구원과 중국에서 입국한 루자오(34) 씨 등 사육사 2명, 우리나라 사육사 통역 등이 상주한다. 이들은 복원센터 인근의 주택을 손질한 숙소에 머물면서 따오기와 호흡을 같이한다. 따오기 사육 경력 13년의 루 씨는 “사료의 위생 상태, 조용한 분위기, 그리고 복원팀의 면밀한 관찰 등이 따오기 증식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식 과정과 문제는=박 교수는 “양저우 내외가 순조롭게 적응한 뒤 건강하게 생활한다면 내년 3∼4월 룽팅이 알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오기는 통상 한 번에 4개의 알을 낳지만 낳은 알을 숨길 경우 2개 정도를 더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6개 안팎의 알로 새끼 따오기를 확보하고 이들을 2, 3년 기르면 알을 낳을 수 있는 어른 새가 된다.

이 같은 과정을 수년간 반복해 100마리 정도로 늘어나면 복원센터 인근에서 야생적응훈련을 거쳐 2018년경부터 연차적으로 우포늪 일원에 방사할 계획이다.

지난달 25일 따오기의 자연방사를 처음 시도한 일본도 이와 비슷한 증식과정을 거쳤다.

한편 김태호 경남지사는 “따오기의 이름은 기증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중국 측이 현지 지명을 따서 지은 양저우와 룽팅을 그대로 사용하고 새로 태어나는 따오기는 예쁜 우리 이름을 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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