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훔친 등산용품 월세방에 빼곡히…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혼자 사는 50대 “공허함 달래려 쌓아놔”

20일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된 A(56) 씨의 서울 관악구 반지하 월세방을 18일 현장 조사한 경찰관들은 방 안을 가득 채운 등산용품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작은 방 안에 누울 자리를 빼고는 모두 등산용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이 가운데는 상표를 뜯은 것도 있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품도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2004년 이혼한 뒤 홀로 살게 된 A 씨는 2006년 11월부터 서울 시내 유명 백화점을 돌며 등산용품만을 골라 훔치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등산을 다니며 다른 등산객들이 입고 있는 명품 등산복이 탐이 났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집 안에 쌓아놓은 이유에 대해서는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다.

A 씨는 사전 답사를 통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백화점이 가장 붐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1주일에 두세 차례씩 지금까지 5000만여 원어치의 등산용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10일 오후 7시경 서울 중구 S백화점에서 시가 29만 원 상당의 등산 잠바를 훔친 A 씨는 결국 경찰의 폐쇄회로(CC)TV 화면 추적으로 덜미를 잡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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