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6개월 전기요금 432만원 줄었어요”

대구 한 아파트 단지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 1년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는 그때그때 뽑아두는 게 좋습니다. 고유가 시대에 전기 요금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어요?”

17일 오후 6시 반 대구 동구 신천동 우방푸른타운 아파트 놀이터.

이곳에서 ‘플러그를 뽑고 초를 켜자’라는 주제로 주민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색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부터 이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전기에너지 줄이기 캠페인을 벌여 온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1년 동안의 활동을 정리하고 성과를 자축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한 것.

이 단체는 지난해 8월부터 이곳 주민들에게 절전형 멀티탭을 나눠주고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열린 행사는 주민이 하나둘씩 모여 ‘작은 빛으로 나눔의 불씨를 지피자’는 의미를 담은 촛불을 켜는 의식으로 시작됐다.

어둠이 깃든 아파트 놀이터에 작은 빛들이 켜지고 클래식 선율이 흐르자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체험 이벤트인 밀랍초 만들기에 참여하거나 에너지 절약 앞장서기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일부 주민은 따뜻한 커피와 정성스레 만든 누룽지, 피자 등을 함께 들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등 ‘이웃사촌의 정’을 쌓았다.

문성희(59·여) 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 등을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 주민들과 나눠 먹었다”며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 장찬규(57) 회장은 “우리 아파트에서 훌륭한 행사가 열려 자랑스럽다”며 “시민단체 관계자와 행사에 적극 참여한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곳에서는 ‘그림자를 이용한 인형극’이 열려 어린이들의 인기를 모았으며 바이올린과 플루트 2중주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정철호(11·초교 4학년) 군은 “어두운 밤에 초를 켜놓고 공연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도 맛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약에 앞장 선 이 아파트 주민 5명에 대한 시상식도 열려 수상자에게는 각 8만 원이 상금으로 주어졌다.

에너지 절약왕으로 뽑힌 김말숙(64·여) 씨는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 플러그를 뽑고 불필요한 조명등을 끄는 것을 생활화했을 뿐인데 큰 상을 받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해 이 아파트 104동 72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캠페인을 집중적으로 벌여 오다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는 전 가구(607가구)로 확대했다.

특히 이 아파트 복도와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스위치형 공동조명등을 센서에 의해 작동되는 점멸등으로 바꿔주었다.

또 에너지절약 교육도 실시하고 모범 가정에 대해서는 재래시장 상품권 등을 지급하고 에너지 실천 사례를 담은 소식지도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그 결과 주민들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전력사용량을 크게 줄여 전기요금을 432여만 원이나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박세진 간사는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꾸준히 홍보한 결과 동참하는 주민이 늘어 큰 성과를 냈다”며 “내년에도 지역 내 아파트 단지를 선정해 이 같은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천=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