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정교한 동물 문양… 당장이라도 움직일 듯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6시 13분


■ 동물 장식 잔

황금 잔의 진수를 보여주는 ‘동물 장식 잔’(높이 17.5cm·사진)은 기원전 1250년∼기원전 1150년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세련된 조각미를 보여준다. 이란 서북부 길란 주 마를리크 유적에서 출토됐다.

황금 잔 위쪽의 입구와 아랫부분에는 가는 선으로 끈 모양의 무늬를 정교하게 새겼다. 잔의 위와 아래를 2개의 단으로 나눈 뒤 각각 반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상상의 동물을 돋을새김 기법으로 표현했다.

이 동물은 발이 네 개이고 이마에 뿔이 달렸다. 페르시아인들은 뿔에 주술적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 뿔을 지닌 소, 사슴, 양을 신성시했다.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에 선보이는 유물 중에도 흑소, 수사슴, 염소 등을 형상화한 것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뿔 모양 잔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

잔에 장식된 동물은 매우 정교하고 화려하다. 동물은 목을 밑으로 내려 고개를 숙이고 걷고 있는데, 이 움직임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이 동물들이 한 방향으로만 걷는 것이 아니라 위와 아래에서 반대 방향으로 걷는 덕분에 안정감과 생동감을 동시에 준다.

돋을새김 기법의 잔은 기원전 6세기 서아시아 일대를 통일한 아케메네스 왕조로 계승됐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페르시아 금속공예미술의 한 전형이 됐다.

이 잔은 금과 은, 그리고 구리 등이 천연적으로 합성된 상태의 호박금(琥珀金)이 사용됐다. 호박금은 페르시아, 즉 지금의 이란에서 많이 산출되며 구성 성분의 비율에 따라 색이 다채롭게 나타난다.

국립대구박물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수 토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 월요일 휴관. 어른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 1688-0577, www.persia2008.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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