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잠깐만요/차량사고 말없이 도와준 ‘이름없는 의인’

  • 입력 2008년 10월 22일 06시 50분


14년 전에 정년퇴직한 75세의 전직 공무원이다. 6일 절친한 친우의 초청으로 서천을 찾아가게 됐다.

수십 년간 충남의 공직자로 봉직하면서 도내 어느 곳 발 닿지 않은 곳이 없었으나 10여 년 만에 먼 길을 나서고 보니 곳곳이 너무나 변해 낯설기만 했다.

결국 어림짐작으로 잘못 들어선 길에서 후진하다가 탈선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차는 한쪽으로 기울고 바퀴가 허공에 떠서 자력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

그때 홍원항 쪽에서 승합차 한 대가 다가와 지나치는 듯하더니 길 옆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5, 6명의 남녀가 다가왔다. 그들은 밧줄을 내 차에 매고 자신들의 승합차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밧줄이 힘없이 끊어졌다. 가을이라지만 아직도 뜨거운 햇볕에 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가까스로 차를 끌어올렸다. 탄성이 터지고, 나도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마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답례를 하고 싶어 이름을 물었으나 그들은 극구 사양했다.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분이 소방대원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을 뿐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를 표하며 그들처럼 남을 돕는 마음이 널리 퍼지기를 빈다.

홍순국 대전 서구 월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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