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9일 오전 10시 35분.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정부 관련 부처와 정보기관은 핵실험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더불어 분주해진 곳은 대전 유성구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기술원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진파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을 확인하자 공중으로 날아올지 모를 방사성 물질의 탐지에 들어갔다. 방사성 물질이 탐지돼야 핵실험 사실이 더욱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비상 상황에는 청와대로 직보=당시 취재를 위해 기술원을 찾았을 때 방사능방호기술지원본부 상황실은 긴박감이 감돌았다.
방사능감시요원들은 대형 스크린 ‘아톰 케어(Atom Care)’를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톰 케어에는 한반도의 풍향 및 풍속, 남한 내 37개 측정소의 방사능 및 방사선 측정치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녹색이 보라색으로 바뀌면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의미. 검출비율이 커질수록 노란색 빨간색으로 바뀐다. 상황실 관계자는 “보라색 이상부터 비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원은 전국의 측정소에 방사선 데이터 전송 주기를 15분에서 2분, 방사능 분석 주기를 1개월에서 1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상황실의 테이블에는 ‘방사능 비상대응 매뉴얼’이 등장했다.
당시 청와대도 지질자원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이곳 연구원의 보고를 시시각각으로 챙기고 있었다. 연구단지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기술원에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이었다.
기술원 측은 최근 국정감사 보고 자료를 통해 “북한 핵실험 및 핵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변국의 방사능 재난을 조기에 탐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원자력 사고 ‘제로(zero)’에 도전=기술원의 평상시 가장 중요한 업무는 원자력 시설의 설계와 건설, 운영에 대한 감시와 규제이다.
부존자원의 고갈, 환경문제 등으로 원자력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안전 문제는 세계적인 화두로 등장했다. 특히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전 세계에 원전의 위험성을 일깨웠다.
기술원은 현재 세계 5위 안팎인 원자력 안전 규제 기술을 2010년까지 3위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미국도 30년 만에 다시 건설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기술원에서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기술원 원자력규제부 오성헌(공학박사) 부장은 “지금은 원전시설 및 시스템의 결함보다는 인간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며 “이를 막기 위해 각종 조작 기기의 설계와 근무 환경, 직무 할당 등 인간공학에 대해 세밀하고 체계적인 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철호 원장은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한편 세계 원자력산업의 안전한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대덕연구단지 내의 연구소와 벤처기업에 관련된 것으로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거나 이 시리즈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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