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고양 경전철 원점 재검토?

  • 입력 2008년 10월 24일 02시 56분


7월 21일 개최하려던 경전철 설명회에 찬성, 반대 주민들이 대거 몰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찬반 주민들의 대립으로 이날 설명회는 무산됐다. 사진 제공 고양시
7월 21일 개최하려던 경전철 설명회에 찬성, 반대 주민들이 대거 몰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찬반 주민들의 대립으로 이날 설명회는 무산됐다. 사진 제공 고양시
강 시장, 특혜 시비 등 지적… 사업에 변화 기류

찬성, 반대 양쪽 주민들의 팽팽한 주장이 이어져온 경기 고양시의 경전철 사업이 미묘한 변화의 기류를 맞고 있다.

고양시는 아직까지 “반대 주민들이 오해한 부분을 정확히 알린 뒤 사업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13일 고양시 5급 이상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열린 경전철 사업 설명회에서 강현석 고양시장은 사업 중요 내용이 잘못 보고되어 왔으며 특혜 시비도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 사업 추진에 변화가 예상된다.

○ 지역 주민 갈등 심화

경전철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호수공원과 백마로 주변의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경전철 재추진 방침이 알려진 7월 이후 시청 앞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경전철 도입으로 조망권 침해나 소음 피해가 클 것이고 이미 조성된 환경을 해치는 흉물이 될 것이라는 게 주요 반대 이유다.

하지만 풍동지구와 식사지구 주민들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조속히 경전철을 도입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 경전철이 지나지 않는 덕양구 지역 주민들은 “반대하는 지역에는 굳이 경전철을 넣고 낙후된 우리 지역에는 왜 건설하지 않느냐”며 지역 내 차별을 시정하라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어 민민(民民)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 잘못 보고돼 온 사업 내용

강현석 시장은 13일 열린 설명회에서 “경전철 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사들이기 위해 시가 388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보고받았다”며 “이처럼 중요한 사안을 빠뜨리고 시민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겠느냐”며 관련 부서를 질책했다.

그는 또 “싱가포르 경전철을 견학한 공무원들이 ‘야간에 등 뒤편으로 지나갔지만 소리가 나지 않아 몰랐다’고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60dB이 넘는 소음을 못 들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경전철 소음도 시장에게 55dB 이하라고 보고돼 왔으나 설명회에서는 60dB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 노선에 특혜 없나

고양시가 추진하는 경전철 사업은 식사지구-풍동지구-백마로-웨스턴돔-호수로-킨텍스로 이어지는 11.1km다. 택지지구 교통난을 해소하고 킨텍스, 한류우드 활성화를 위한다는 이유다.

식사지구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A 건설사가 경전철 사업제안서를 고양시에 제출한 사실 때문에 이 업체가 경전철을 시공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 측 주민들의 질의도 잇따르고 있다.

식사지구 사업시행을 맡고 있는 지역 내 B 건설사가 이미 완공해 분양한 상가로 경전철이 지나게 된 것이 이 업체의 이익을 지나치게 대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 시장은 설명회에서 두 논란을 언급하며 “주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정황이 있다”며 “왜 특혜가 아닌지, 어떤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지 등을 명확히 밝히라”고 지적했다.

지역 내 주민 갈등, 잘못된 사업 보고, 노선 특혜 의혹이 맞물려 고양시 경전철 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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