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른 사람을 또… “등골이 오싹”

  • 입력 2008년 10월 24일 02시 56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 흉기난동 사건의 희생자 유가족들이 슬픔을 못 이긴 채 오열하고 있다. 현장 검증이 실시된 23일 유가족들은 범인 정상진의 얼굴을 보겠다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김재명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 흉기난동 사건의 희생자 유가족들이 슬픔을 못 이긴 채 오열하고 있다. 현장 검증이 실시된 23일 유가족들은 범인 정상진의 얼굴을 보겠다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김재명 기자
논현동 고시원 방화-흉기난동 현장검증

中동포 등 유족들 오열

일부 생수병 던지기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 방화·흉기난동 사건의 현장 검증이 23일 실시됐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범인 정상진(30)은 시종일관 아무 말 없이 담담하게 범행을 재연했고 이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넋이 나간 채 오열했다.

검은색 모자와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양손에 수갑을 찬 채 고시원에 들어온 정상진은 먼저 3층에 있는 자신의 방 침대에 휘발유를 뿌리고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모습을 그대로 재연했다.

이어 방을 빠져나온 뒤 대각선 맞은편 방에 사는 중국동포 이월자(50·여) 씨를 대역으로 한 마네킹을 30cm 길이의 종이칼로 수차례 찔렀다. 망설임 없이 범행 동작을 이어나가던 그는 이 씨를 무자비하게 찌르는 행동을 되풀이할 때에는 멈칫하고 눈을 감기도 했다. 이후 정상진은 3층과 4층을 돌아다니며 차례로 9명을 흉기로 찌르는 장면을 재연했다.

그는 현장 검증 도중 “어떻게 했느냐”는 경찰의 물음에,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배만 보고 찔렀습니다”라고 답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정확한 동작으로 범행을 재연해 나가는 그의 모습을 지켜본 경찰 관계자는 “한 사람을 흉기로 찌르고 있는데 먼저 찔렸던 사람이 일어나자 다시 달려가 찌르는 모습을 재연할 때는 오싹한 느낌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현장 검증을 앞두고 고시원 부근에는 정상진을 지켜보기 위해 피해자 유족들과 인근 주민, 중국동포 등 200여 명이 몰렸다. 일부 주민은 그에게 고성을 지르며 생수병을 던졌다.

정상진이 도착하자 통곡을 하고 있던 유족 4, 5명은 욕설을 내뱉으며 접근을 막는 경찰과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월자 씨의 여동생은 “언니를 살려내라”며 오열하다가 쓰러지기도 했다.

숨진 중국동포 박정숙(52·여) 씨의 남편 차모(52) 씨는 “중국에선 사람을 저렇게 만들면 바로 사형에 처해졌을 것”이라며 “얼굴까지 가려주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흥분했다.

유족들은 현장 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외국인노동자의집 대표인 김해성 목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적절한 피해 보상, 사망자 합동분향소 설치 등을 요구했다.

김 목사는 “중국동포 이월자 박정숙 씨의 유족들은 장례식 비용도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빈소 대여에만 50만 원가량 드는데 중국동포들은 장례나 보상은커녕 빚만 쌓여간다”고 안타까워했다.

강남성모병원에 시신이 안치돼 있는 중국동포 조영자(53·여) 씨는 유족이 도착하지 않아 아직 빈소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영상취재: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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