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연대 회원들 김정일에 충성서약”

  • 입력 2008년 10월 24일 22시 06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4일 북한을 찬양하고 북한 측과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에서 압수한 물품들을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압수물 중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맹세문’과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노래 등이 포함돼 있다. 원대연 기자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4일 북한을 찬양하고 북한 측과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에서 압수한 물품들을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압수물 중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맹세문’과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노래 등이 포함돼 있다. 원대연 기자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 회원들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일성 전 주석에게 충성을 서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공상훈)는 24일 중간 수사결과에서 "실천연대는 북한의 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하고 민간교류를 빙자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지령을 받아 활동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검찰은 이날 실천연대의 강진구 조직발전위원장, 최한욱 집행위원장 등 4명을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가입, 회합·통신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 찬양노래, 충성서약서 제작 = 실천연대 송현아 선전위원장은 2004년 김 전 주석의 생일(4월 15일)을 앞두고 "우리는 장군님의 전사/ 미제가 제 아무리 날뛴다 하여도/ 우리의 귓전에는 만세소리 들린다"는 내용의 노래 '우리는 장군님의 전사'를 만들었다. 송 씨는 지난해 대선 직전, 인터넷에 이회창 후보를 협박하는 글을 올렸다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실천연대 회원의 집에서는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맹세문'이 발견됐다. 2004년 김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을 앞두고 작성된 이 글은 "모든 사업은 '위대한 장군님을 위하여!'라는 구호를 심장에 새기고 투쟁할 것이다. 장군님 품이 그립다"는 내용이다.

실천연대는 2005년 말부터 친북성향 단체 사이에서 '정풍(整風)' 운동을 주도했다. 이들은 대학가의 주사파(주체사상파) 학생들에게 "정풍운동의 본질은 김정일을 닮는 것, 즉 장군님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장군님식 생활을 사업에서 실천하는 것"이라고 독려했다.

▽간첩식 조직관리…북에서 지령 받아 활동 = 실천연대는 홈페이지 내에 비밀게시판을 운영하고 철저한 보안수칙을 만들어 치밀하게 조직관리를 해왔다.

조직원의 이름은 'ㅁㅈ' 'Bg' 식으로 암호화했고 상위조직원이 하위조직원을 1대1로 접촉하면서 하위 조직원끼리 서로의 존재를 알 수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관리했다. 전화번호도 첫째 숫자에 2, 둘째 숫자에 1을 더하고 뒤의 4자리 수는 역순으로 나열하기도 했다. 사상 검증이 덜 끝난 신입회원과 대화할 때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을 삼가도록 했다.

다양한 경로로 북한의 공개, 비공개 지령을 받아 실천한 사실도 드러났다. 강진구(수감 중) 씨는 2004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통일전선부 관계자와 3차례 만나 △미군철수공동대책위를 꾸릴 것 △민권연구소(실천연대 부설기관)를 통해 선군정치 관련 글을 써낼 것 등의 지령을 받았다. 강 씨는 지령 내용을 대화록으로 만들어 실천연대 회원들에게 배포했고, 이후 실천연대는 실제로 주한미군 철수 강령을 더욱 강경하게 바꿨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실천연대 사건을 형사합의23부(부장 민병훈)에 배당했다. 검찰은 법원에 400여 장 분량의 공소장과 300권 가량의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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