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인천을 해외동포 2세 교육의 장으로”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7시 17분


2009년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도시축전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다.

멕시코 국경에 인접한 샌디에이고, 로스앤젤레스, 새너제이,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캐나다 국경에 가까운 시애틀까지 우리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TV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세계도시축전을 알렸다.

새너제이 지역의 한 TV방송국에서 PD와 진행자, 그리고 출연자인 필자가 토크 프로그램 녹화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대본을 검토한 뒤 최종 리허설에 들어가자 20대 초반 신출내기 PD가 정중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주문했다.

“교민이라고 하지 말고, 동포라고 표현해 주세요.”

“교민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나요?”

영문을 모르는 필자에게 그는 더욱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동포라고 합니다.”

교민보다 동포라는 단어는 민족적인 뉘앙스가 더 강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의 교육제도에서 성장한 그는 분명 한국인보다는 미국인에 가까웠다. 말할 때의 몸짓이나 일처리 방식 등 모든 면에서 그런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청년이 ‘동포’임을, 즉 한민족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기류는 모든 방송국에서 한결같았다. 한인 사회의 주류 인사들을 초청해 열었던 세계도시축전 설명회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차례의 환영사에서 ‘동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들이 조국과 민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필자가 만난 ‘동포’들은 한국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도시인 인천을 자랑스러워했다. 인천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인 세계도시축전에 대해서도 몹시 흥미로워했다.

그곳에서 기반을 확고히 다진 나이 지긋한 동포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 사는 2세들에게 조국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자꾸 만들어 줘야 합니다. 조국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세요. 인천을 해외에 사는 동포 2세들의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 주세요.”

3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세계도시축전에 대해 인천지역에서 여전히 불편한 시선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밖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특히 해외에 사는 우리 ‘동포’들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행사임을 깨달았다. 세계도시축전을 좀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을 나라 밖에서 확인한 셈이다.

이충환 인천세계도시축전조직위원회 홍보협력실장 thewave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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